[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연이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운 가운데 월가의 포트폴리오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운용 전략이 상이한 뮤추얼 펀드와 헤지 펀드를 포함해 펀드 매니저들이 일제히 같은 종목에 베팅하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 = 로이터 뉴스핌] |
시장 주도주로 ‘사자’가 집중되면서 소수의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견인, 주식시장의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현지시각) 번스타인이 실시한 기관 투자자 포트폴리오 조사 결과 월가의 ‘큰손’들의 베팅이 소수의 주도주에 크게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헤지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가치주 펀드와 뮤추얼 펀드 등 투자 성향을 달리하는 상품들 사이에 차별화된 운용 전략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마스터카드, 페이팔 홀딩스, 아보트 연구소 등이 기관들의 투자 자금을 대부분 흡수했다.
이와 별도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투자 성향이 상반되는 뮤추얼 펀드와 헤지 펀드의 중복 타깃이 50개 종목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월가 기관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기록적인 수위로 확대됐다는 의미다.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주도하는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공매도 물량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BofA-메릴린치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주식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투자 자산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펀드 매니저들은 몇 십 개의 대장주만 사들이고 있다”며 “뷔페에서 모든 사람들이 같은 음식에 몰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관들의 주식 거래가 특정 종목에 쏠리면서 시장 변동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파벳이 실적 발표 후 10% 이상 폭등, 장중 기준 골드만 삭스와 맞먹는 규모로 시가총액이 불어난 한편 테슬라가 바닥 뚫린 하락을 연출한 것이 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아울러 대형주 강세에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신고점을 갈아치우는 사이 소형주는 무역 마찰과 실물경기 둔화로 인해 가파르게 하락, 헤드라인 지표가 시장 전반의 추세와 투자 심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신문은 주장했다.
극심한 쏠린 현상이 앞으로 증시 전반의 급등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주도주에 악재가 불거지면서 ‘팔자’가 쏟아질 경우 지난 5월 나스닥 지수가 직전 고점 대비 10% 이상 급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던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는 투자 보고서에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완화 강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게 높다”며 “실망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경우 주식 베팅의 쏠림에 따른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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