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형 이학준 기자 =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는 작업자들이 자동 개폐 수문에서 쏟아지는 물을 피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기습 폭우로 수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터널 수문이 열린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현장에서 미리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안이한 대처에 그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참사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중부지방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돼 119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지하 40m 저류시설 점검을 위해 내려갔다가 올라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07.31 mironj19@newspim.com |
3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확충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50대 구모씨 등 2명은 이날 오전 7시10분쯤 일상적인 점검을 위해 빗물펌프장의 유지관리수직구를 통해 배수 터널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터널 상류 수문이 열렸고 빗물이 하류로 흘러들어왔다. 이들은 수문이 열린 사실을 모르고 작업을 하다가 물살에 휩쓸린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공사는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 저지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지하에 배수 터널을 만드는 작업이다. 사고가 발생한 터널은 지하 45m 깊이, 총 3.6㎞ 길이로, 수문은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동으로 열려 빗물을 흘려보내는 구조다.
시설 관계자들은 갑자기 내린 폭우로 일정 수위를 넘어서면서 수문이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당시 자동 개폐의 기준 수위를 평소보다 낮은 50%로 설정했었다는 점이다. 빗물이 70% 찼을 때 수문이 열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날은 빗물이 50%만 찼음에도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정상작동 중이라면 70%가 맞지만 현재는 시운전 중이라 서울시와 양천구청이 협의해서 수위를 조절하고 현장 소장 측에 공유한다"며 "실제 비가 왔을 때 상황을 반복해서 개폐 작동을 하는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현장에서는 사고가 있기 전 수문이 열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양천구는 이날 오전 7시31분과 7시38분 두 차례에 걸쳐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에 수문 개방 예정 통보를 했다. 이후 수문은 7시40분에 열렸다.
실종된 현대건설 직원 안모씨는 수문 개방에 따른 작업 중단을 알리기 위해 직접 터널로 내려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뒤늦게라도 작업자들이 터널에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수문 개방을 제어했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수문 개방은 자동 개폐식이지만 양천구에서 수동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현대건설 측은 "(양천구청과) 견해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통보는 '비가 많이 오니 한번 확인해보라'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기상 상황을 미리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날 오전 5시 양천구 일대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다. 오전 7시30분에는 호우주의보도 발령됐다. 7시40분 수문이 개방되기 전에 터널에 있는 작업자들에게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 작업자들이 터널에 있었던 것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항상 스크린에 기상청 홈페이지를 띄어 놓고 예보를 확인하고 있다"며 "작업자 2명을 투입했던 오전 7시10분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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