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 30~31일 상하이 담판을 지켜본 시장 전문가와 정책자들 사이에 중국이 시간 끌기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역전쟁이 길어질수록 중국보다 미국이 받는 충격이 크다고 진단, 협상에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회동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기대하며 고의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협박이 재개될 수 있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경우 이미 27년래 최저치로 후퇴한 중국의 경제 성장에 더욱 커다란 흠집이 생길 것이라는 점이다.
3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책자들이 협상에서 시간을 끌수록 나은 ‘딜’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 시간 끌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30일 만찬과 31일 불과 네 시간의 담판으로 종료된 상하이 협상에서 이 같은 정황이 분명하게 확인됐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 상무부 산하 싱크탱크의 메이 신유 연구원은 WSJ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할 수 있는 데까지 기다리고 버틸 것”이라며 “무역전쟁 초기에는 중국의 타격이 크지만 시간을 끌수록 미국이 받는 충격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협상에 참여한 정책자들도 중국 정부가 속도를 늦출수록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측은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에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구매 계획 발표를 회피,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제재에 대해 양보할 때까지 농산물 구매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측은 5월 초 협상이 좌절된 이후 미국에 2018년 이후 동원된 2500억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전면 폐지할 것을 거듭 요구하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묘책이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맥쿼리의 래리 후 이코노미스트는 WSJ과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아직 지나지 않았다”며 “무역 냉전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기의 하강 사이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중국 경제 펀더멘털이 시간 끌기 전략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인내심을 잃고 3000억달러 물량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강행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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