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의 달러화 강세론자와 비관론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제로 외환시장에 개입, 달러화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 매수 기회라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원할 경우 2초만에 환시 개입을 강행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최근 몇 주에 걸쳐 투자자들이 환율전쟁의 리스크와 가능한 시나리오를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각)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의 환율안정기금(SEF)가 보유한 달러화는 230억달러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달러화로 바꿀 수 있는 500억달러 물량의 특별인출권(SDR)을 감안하더라도 하루 거래 규모 5조달러의 글로벌 외환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의 통화 평가절하를 비판하거나 약달러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달러화가 실제로 약세 흐름을 보이지만 환율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는 어렵다는 것.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보고서에서 “트레이더들은 환시 개입에 공격적으로 대항,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와 맞설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행동’에 나서면 달러화 상승 베팅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의 달러화 평가절하에 주요국의 지원 사격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통상 해외 공조 없이 환시 개입에 성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개입이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한편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압박, 달러화 매수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퍼시픽 인베스트먼트는 주장했다.
헤지펀드 업체 유라이존 SLJ는 미 재무부가 시장 개입으로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ESF에 3500억달러의 실탄을 장전해야 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자금력의 뒷받침 없이 환율전쟁을 벌였다가는 주요국의 강력한 보복에 부딪혀 결국 백기를 들고 말 것이라는 얘기다.
인베스코 어드바이저스의 크리시나 메마니 투자 부문 부회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달러화의 안전자산 지위가 환시 개입에 따른 하락에 매수 근거를 제공하게 된다”며 “투자자들은 시장 혼란 속에 달러 자산을 사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환시 개입에 달러화가 떨어질 경우 무역전쟁 리스크가 고조, 금융시장을 강타하는 동시에 안전자산 매력을 높일 전망이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채권 물량이 13조달러에 이른 상황을 감안할 때 달러화 자산의 투자 매력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메마니 부회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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