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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투어 취소하라" 또 다른 갈등...‘방사능 공포’에 한일 팬덤 온도차

기사등록 : 2019-08-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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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방사능 우려에 "우리 가수 안 보내" 뿔난 팬덤
최근 냉각된 한·일관계 들며 반대하는 팬도 많아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한일관계가 급랭하는 가운데 아이돌 팬덤에는 또 다른 갈등이 불거졌다. 일본 방사능 피해 지역에서 진행되는 아이돌 그룹의 투어 콘서트가 그 원인이다.

엑소는 오는 10월 후쿠오카, 오사카, 요코하마를 거쳐 미야기 지역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일본투어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팬덤은 즉각 반발했다. 엑소의 마지막 콘서트가 열리는 미야기 공연장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장소와 그리 멀지 않다는 이유였다. 비단 엑소 뿐만이 아니다. 최근 일본투어 계획을 밝힌 세븐틴을 비롯해 많은 한류 아이돌의 국내 팬들이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 "미야기 콘서트 취소해" vs. "재난지역 비하 씁쓸"…한일 팬덤 온도차

엑소는 지난 7월 19일부터 28일까지 6일간 한국에서 단독 콘서트 '엑소 플래닛 #4 -익스플로레이션('EXO PLANET #5 - EXplOration ')을 개최했다. 이를 시작으로 해외 투어에 나서는 엑소는 오는 10월부터 일본 4개 도시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일본투어 상세 일정과 장소가 공개된 이후 팬들의 분노가 빗발쳤다. 투어의 마지막 장소가 미야기현의 세키 수이 하임 슈퍼아레나(12월 20~21일)였기 때문이다.

국내의 '방사능 공포'는 최근 일본제품 불매 운동과 맞물려 온라인에서 꽤 큰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미야기현의 콘서트홀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장소와 약 13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18년 공개된 '도설 17도현 방사능 측정' 자료에 따르면 미야기현은 후쿠시마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방사능 피폭 수치를 기록해 국내 팬들의 우려를 부채질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한국 네티즌들은 “현재 EXO 일본 투어 개최지로 알려진 미야기현은 한국에서도 수산물 수입 금지 지역으로 지정됐다” "일본 불매가 이어지는 시국에 부적절한 장소다" "다른 것을 다 떠나 멤버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공연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서는 'SM 엑소 미야기콘 취소하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동안 이 해시태그는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반면 이 사안을 바라보는 일본팬들의 반응은 확연이 다르다. 한국의 엑소 콘서트장을 찾은 한 일본인 팬은 "일본 네 지역에서 열리는 엑소의 공연 중 세 지역에 갈 예정이다. 미야기 콘서트도 기대가 된다. 엑소 수호의 군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걱정하는 마음은 알지만 재난지역을 비하하는 것처럼 보여 마음이 아프다. 이미 정해진 콘서트는 취소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세븐틴·마마무 공연으로 번지는 '취소 요구'…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엑소 미야기 콘서트에 이어 10월 일본 4개 지역 투어를 앞둔 세븐틴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세븐틴은 8월 서울에서 시작해 오는 10~11월 일본 오사카·아이치·요코하마·지바 등지에서 '오드 투 유'(ODE TO YOU)' 투어를 이어간다. 세븐틴 팬들 역시 엑소 팬덤과 비슷한 이유로 일본행을 취소해달라며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불매 중인 현 시국에 일본투어를 굳이 해야 하나" "일본 어느 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 스태프들도 위험할 것"이라고 반발한다.

[사진=트위터 캡처]

오는 7일 일본에서 앨범을 발매하는 마마무의 팬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마마무는 일본에서 첫 번째 앨범 ‘4colors’를 발매하고 도쿄, 오사카, 고베 등지에서 릴리스이벤트를 개최한다. 오는 11일 요코하마, 13일 오사카에서는 ‘MAMAMOO 2nd Concert Tour in JAPAN: 4season Final’ 공연도 앞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후쿠시마와 떨어진 대도시 지역이지만, 일본 정부에서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안전하다'고 포장하고 있기에 어느 지역이든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일본팬들 사이에선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일부 일본팬들은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일본인으로서 슬프다" "한국 아티스트가 돈을 벌기 위해 선택한 일" "취소하면 최대 거래처를 잃고 돈을 물어야 할텐데 괜찮아?" 등 의견을 SNS에 올리며 양국 네티즌들 간 감정 싸움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변하는 환경이라 안타깝다. 투어 계약을 할 때만 해도 이같은 상황을 예상한 업체는 많이 없을 것"이라며 "일본에서는 티켓 예약과 판매를 일찌감치 끝내기 때문에 취소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팬들의 마음은 알지만 국내팬들의 불매가 아티스트 일본투어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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