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각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며 결사항전의 자세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은 명백히 일본에 있음을 강조하며 정부와 기업, 국민이 힘을 합쳐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 오전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문제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거부하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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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지지 않을 것...일본 경제 뛰어넘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로 인해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더해졌다”면서도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에겐 그 어려움을 극복할 역량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도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 물량 확보, 원친 기술의 도입,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공장 신·증설, 금융지원 등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며 “나아가 소재·부품 산업 경쟁력을 높여 다시는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물론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이례적으로 생중계됐다. 일본을 향해 강력한 유감 표명을 함과 동시에 국민의 감정을 자극해 극일(克日) 전선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와 사, 그리고 국민들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며 “정부와 우리 기업의 역량을 믿고 자신감을 갖고 함께 단합해주실 것을 국민들께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도전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를 뛰어넘을 수 있다”며 “도전을 이겨낸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꼐 또 한 번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향후 대책과 관련,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며 “비록 일본이 경제 강국이지만 우리 경제에 피해를 입히려 든다면 우리 역시 맞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의 조치 상황에 따라 우리도 단계적으로 대응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미 경고한 바와 같이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日 정부, 부당한 조치 철회해야 대응·맞대응 악순환 멈출 수 있을 것"
정부는 이날 오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 합동회의를 열어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청와대도 김상조 정책실장을 반장으로 한 태스크포스(TF) 상황반을 설치해 화이트리스트 제외 관련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가 먼저 꺼낼 것으로 예상되는 맞대응 카드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중단이 거론된다. 한국과 일본이 경제 문제 뿐 아니라 미국과도 연계된 안보 협력에서도 갈등을 빚을 경우 양국 관계가 1965년 수교 이후 최대 위기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도 양국 관계의 파국은 안 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지금도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원치 않는다”며 “멈출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일본 정부가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 일본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외교적 해법을 제시하고 막다른 길로 가지 말 것을 경고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일본 정부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일정한 시한을 정해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협상할 시간을 가질 것을 촉구하는 미국의 제안에도 (일본은) 응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외면하고 상황을 악화시켜온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는 것이 명확해진 이상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방콕 로이터=뉴스핌] 김은빈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좌)과 고노 다로(河野太郎·우) 일본 외무상이 1일 태국 방콕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 발동 이후 두 장관이 회담을 가진 건 이날이 처음이다. 2019.08.01 |
◆한일 외교장관도 설전...강경화 "일방적·독단적 조치" vs 고노 다로 "불만의 근원 모르겠다"
문 대통령은 또 “무슨 이유로 변명하든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며 일본이 G20 회의에서 강조한 자유무역질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일본 정부 자신이 밝혀왔던 과거 입장과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는 양국 간의 오랜 경제 협력과 우호 협력 관계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양국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또한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려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민폐 행위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주무 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7일 공포, 28일 시행된다.
우리 정부는 전날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항의하고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강행하지 말 것을 촉구했으나 일본측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날 일본 각의 결정 이후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방식으로 취해진 이번 조치에 대해 엄중히 우려한다”고 항의했으나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불만의 근원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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