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숨은 주역으로 불리는 최상용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5일 한일관계에 대해 “도덕적 우위를 점한 우리가 좀 더 양보해서 관계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명예교수는 이날 일본의 경제보복 대안 마련을 위한 민주평화당의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도덕성을 대결 구도로 만들지 말고 오히려 양보해야 한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그랬듯 선례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시 국무회의 모두발언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2019.08.02 mironj19@newspim.com |
최 명예교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문제에선 피해자가 도덕적 우선권이 있다. 하지만 외교 교과서에는 ‘외교를 도덕화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문제를 풀 때는 도덕화가 쉽지 않다. 이 점을 실천한 사람이 DJ(김대중 전 대통령)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가 박수를 덜 치더라도 대통령이 결정해서 나중에 피해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우리 피해자들에게 그런 자세로 임하고 싸우고 있는 일본에도 그런 여유를 보이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직언했다.
또한 상대가 있는 외교 문제에서 국민이 모두 만족하는 최선은 나올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에 최선은 없다”며 “상대가 있는 싸움이라 전 국민의 박수갈채로는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최악을 막자는 것”이라며 “대체로 차선의 레벨에서 외교 협상을 해결해왔다”고 설명했다.
최 명예교수는 “자기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은 보편적 감정”이라며 “이웃나라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국 사람들의 우선순위 생각이 무엇인지에 대해 상호인정을 하지 않으면 외교적 출발은 불가능하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부족했던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거니 받거니 해서 만든 협상안이 당장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정치인들은 국가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이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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