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카카오뱅크가 높은 한도와 낮은 금리를 앞세운 민간 중금리 대출 상품을 새롭게 내놨다. 중금리 대출 규모를 더 키우려는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 속에서 '유명무실'하다는 평을 들어온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 상품에 '메기효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카카오뱅크 CI=카카오뱅크> |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이달 1일 출시한 자체신용 기반의 '중신용대출' 상품이 순조로운 판매 실적을 기록중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구체적인 숫자는 아직 공개하긴 어렵지만 예상대로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앞서 카카오뱅크가 취급해온 정책 중금리 상품 '사잇돌 대출(한도 2000만원)'이 출시 10일 만에 300억원 정도 판매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한도가 높은 '중신용대출(한도 5000만원)' 상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최소 300억원 이상 취급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뱅크가 새롭게 선보인 중신용대출의 가장 큰 특징은 '낮은 금리'에 '높은 한도'다. 기존 사잇돌 대출의 한도가 2000만원인 반면 중신용대출 최대한도는 2.5배인 5000만원에 달한다.
최저금리 역시 지난 1일 기준 3.81%로 같은 날 사잇돌대출 최저금리 4.06%보다 낮다. 민간 상품이지만 정책금융 상품보다 금리 메리트가 큰 것이다.
대출 자격 조건 역시 ▲연소득 3000만원 이상 직장인 ▲재직 후 6개월 경과 ▲신용등급(CB등급 기준) 7등급 이상으로 문턱을 낮췄다.
카카오뱅크가 자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인 것은 정교한 신용평가모델(CSS)을 구축한 덕이다. 1000만명 고객을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금리 대출이 필요한 차주들을 정확히 골라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2년간의 고객 대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이번 중신용대출 상품에 적용했다"며 "향후 데이터 분석을 통한 자체 신용기반 중금리 대출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20년까지 매년 1조원 규모의 대출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의 파격적인 중신용대출 상품을 두고 금융권에선 아직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 '중금리 대출 시장'을 대폭 키우는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년 전 간편함과 높은 한도 등을 앞세워 국내 신용대출 시장에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카카오뱅크가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일 경우 시중·저축은행들이 기존 중금리 대출 상품을 빠르게 개편하고 나설 것이란 전망.
시중은행이 자체 기획한 중금리 대출 상품들의 경우 정책 금융상품인 '사잇돌 대출'과 비슷한 한도·금리 등을 이유로 판매가 저조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마땅한 강자가 없어 금융권 수익원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았던 중금리 대출 시장에 카카오뱅크가 등장함에 따라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1금융권에서 외면받은 중신용자 고객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은 금융사들 입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중금리 대출 시장은 최근 3년 새 4배 가까이 급성장 중이다. 2016년 민간 금융권에서 공급한 중금리 대출의 규모는 약 9481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4조1594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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