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동원해 불법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이같은 판단을 끝으로 재판 준비절차를 마무리짓고 오는 23일 본격적인 재판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10시 공직선거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청장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8명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지난 5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05.15 mironj19@newspim.com |
강 전 청장 측은 지난달 3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광범위해 피고인들의 범행을 예단할 수 있는 내용이 상당히 포함됐다”며 공소장 일본주의 문제를 제기해왔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피고인의 공소장에 재판부가 선입견을 가질 만한 서류 등을 첨부하거나 그런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행과 동기, 경위, 지위 및 관계 등을 모두 기초사실에 근거해 기재했다”며 “첨부한 판례에서 보듯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도 “공소장 일본주의와 관련한 구성요건 등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와 함께 봐야 한다”며 “공모관계나 선거법 위반, 정치적 중립성 의무 위반 등 내용이 공소사실에 들어가는 것이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도움이 된다고 보여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로 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강 전 청장 등에 대한 재판 준비절차를 마치고 다음 기일부터 정식 재판을 열기로 했다. 첫 공판기일에는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들의 모두진술과 향후 재판에 대한 심리계획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청장 등은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찰청 정보국을 동원해 ‘친박’을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대책을 수립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취합한 정보는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정무수석에 보고된 후 선거 정책으로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진보교육감 등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세력을 불법 사찰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들이 반정부 세력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하면서 견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전 청장 등에 대한 다음 재판은 이달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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