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한국 정부가 12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일본 내에선 '사실 상 보복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부 현지 언론은 "한일관계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한국의 조치가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란 견해도 강하다. 일본 정부는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략물자 수출지역 중 심사 우대를 적용받는 '가 지역'을 △가-1 지역 △가-2 지역으로 세분화해, 일본을 '가-2 지역'으로 분류한다고 발표했다. '가-2지역'은 '나 지역' 수준의 수출통제 수준이 적용되지만 개별허가 신청서류 일부 및 전략물자 중개허가는 면제된다.
성윤모 산업통상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나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국가와는 긴밀한 국제공조가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일본은 이를 사실 상의 보복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은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례적인 수출관리체제의 수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면서도 "(일본에 대한) 보복조치로 보인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사실상 대항조치"라며 "한일관계의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NHK에 따르면 한 외무성 간부는 "한국 측의 조치 이유나 구체적인 내용 등 상세를 확인한 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도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없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주한 일본대사관 등을 통해 정보수집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경제산업성도 정보 수집과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이달 초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일본은 수출관리를 대단히 높은 수준으로 시행하고 있어 (한국이) 어떤 이유로 일본을 제외할 지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 내에서 "한국의 조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강하다"고 전했다. 한 경제산업성 간부는 "큰 영향은 없다. 소란피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외무부 부상도 12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한국의 조치에 대해 "어떤 이유인지 세부 확인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에서 일본으로 오는 민감한 전략물자는 거의 없지 않나?"라고 적었다. 한국이 제외조치를 해도 일본에 영향을 줄만한 품목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른 외무성 간부도 "즉각 큰 영향이 나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대응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외무성 간부는 지지통신 취재에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며 강제징용 문제에서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라고 한국에 계속해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일본의 대(對)한국 수입액 규모는 지난해 기준 5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재무성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입된 규모는 3조5500억엔으로 △중국 △미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5위였다.
주요 수입품목을 살펴보면 가솔린 등 석유제품이 5440억엔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철강 3382억엔 △반도체 등 전자부품 2467억엔 △유기화합물 1759억엔 △비철금속 1574억엔 △금속제품 1134억엔 순이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