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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4차혁명 오딧세이] 인공지능 창작물은 누구의 소유인가

기사등록 : 2019-08-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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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교수.

인공지능이 논문과 특허도 쓸 수 있을까

대학교에서 존재 이유로 최종적으로 얻는 결과물이 세 가지가 있다. 그중에 제일 중요한 성과가 우수한 학생들을 배출하는 것이다.

이공계 대학생들은 졸업 후 학계나 산업체, 연구소에서 기술을 개발하거나, 산업을 육성하거나, 벤처기업을 창업한다. 나라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 결과물로, 여기에 더해서 연구 결과를 얻는다. 연구 결과는 산학협력 형태로, 기업의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바로 높일 수 있다. 또는 그 연구 결과를 보고서와 논문으로 창출하게 된다.

특히 석‧박사 대학원 과정에서는 논문 발표를 통해 인정받고 그 결과를 파급한다. 논문 심사 과정에서 그 이론과 과정, 결과에 대해서 동료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논문 내용은 새로운 이론, 설계, 측정 방법을 독창적으로 제시하고, 그 제시한 내용을 체계적이고 학술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시’와 ‘증명’이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 특히 ‘제시’된 아이디어가 창의적이고 신선해야 한다. 그래서 연구 방향의 설정이 중요하고, 지도 교수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학술적 논문은 그 독창성과 창의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그 증명과정이 학술적으로 타당한 절차와 이론을 따라야 한다.

학생들이 논문 작성 시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아 글쓰기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 심한 것은 본인이 주장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본인이 무엇을 주장하는 것인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연구의 배경, 새롭게 주장하는 이론과 증명과정에서 자기만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지 못한다.

그래서 글을 읽으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공학에서도 결국은 자기 생각을 나눠야 하므로 말하기, 발표하기, 글쓰기가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자질이 된다.

논문은 이처럼 새로운 주장과 발견을 널리 알리고 공유해 같이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 그동안 논문은 주로 학술지나 학술대회에서 발표해 왔다. 요즈음은 빠른 학문과 정보 교류를 위해 학술대회를 더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미래에는 논문 발표도 ‘유튜브’로 할 수도 있다. 구글이 대학도 세우고, 연구소도 세우고, 학술 발표의 장도 마련할 수 있다. 학술 연구도 유튜브를 통해야 하는 시대도 오고, 그 연구 빅데이터도 구글이 모두 갖게 된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이 연구도 하고, 논문 작성도 대신할 수 있다. 연구도 인간만이 하라는 법은 없다.

인공지능(Q Reinforcement Learning)을 이용한 반도체 설계 논문을 위한 초고 원고. [출처=KAIST]

다음으로 대학의 연구 결과는 특허로 표현된다. 특허라는 개념은 14세기 영국에서 국왕이 특허권을 부여할 때 공개된 문서라는 뜻의 ‘Letters Patent’에서 유래했다.

한국 역사상 최초의 특허법은 대한제국 시절인 1908년 8월 13일에 내각 고시 제4호로 공포된 대한제국특허령이다. 1910년 국권 피탈 전까지 통감부 특허국에는 한국인이 2건, 미국인이 24건, 일본인이 249건 특허가 등록돼 있었다.

이제는 대학, 연구소, 기업에서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허는 새로운 발명을 장려‧보호하고 권리를 보장하려는 장치이다. 대학에서는 교수나 학생들이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특허 신청서를 작성하게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 특허를 제출하고 유지하는 데 큰 비용이 든다. 설사 국내외 기업이 학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발견하고 소송으로 이기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과 비용, 시간이 든다.

이 점에서 미국 일류 대학과 우리의 차이가 난다. 국내 대학의 특허 수입이 학교 운영에 큰 도움이 될 때, 진정으로 국제적으로 일류 대학이 될 수 있다.

국내 기업도 국내 대학의 특허를 평가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데 인색하다. 일반적으로 그래서 국내에서 특허는 기업 상호 간의 권리 보호, 영업 보호와 협력에 더 큰 목적이 있다. 인공지능이 논문을 쓸 수 있다면, 특허도 쓸 수 있다. 연구도 대신해서 하고, 변리사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다.

인공지능 창작물은 누구의 소유인가

인공지능도 창작할 수 있다. 그 창작물은 기사, 판결문, 논문, 소설, 에세이, 시를 비롯해 음악, 미술, 영화 등 모든 창작의 세계를 포함한다. 이러한 창작활동에 GAN(Generative Adversary Network) 인공지능처럼 바탕이 되는 작품을 최대한 공부하고, 최대한 비슷한 유사 작품을 만들어 모방 창작을 할 수도 있다.

최종적인 작품은 인간의 감수를 받더라도 초고 원고를 인공지능이 작성한다면, 일의 진행과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요즘도 대형 미술품의 경우 조수의 도움을 받아 미술가가 완성하는 경우도 많다. 그 조수의 역할을 인공지능이 담당할 수도 있고, 또는 최종 책임 예술가의 역할을 인공지능이 할 수도 있다.

창작에는 이처럼 GAN 인공지능이 모방을 통해 창작할 수 있지만, 두 개의 서로 다른 작품의 조합을 통해 융합 창작을 할 수도 있다. 그림과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서 새로운 문학 작품이 나올 수 있고, 문학 작품에서 새로운 그림과 음악이 나올 수도 있다.

GAN 인공지능의 창작 과정. [출처=KAIST]

작품(Model Sample)과 모방기(Fake Generator) 네트워크가 1차로 모방 작품을 만들고, 그 두 가지 모방 작품을 인공지능 합성 네트워크(Synthetic Creation Network)를 통해 새로운 창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러면 모방 작품을 두 번에 걸쳐 창작하고 변형하고 융합하면서 새로운 작품이 생성될 수 있다. 아직은 가상적인 네트워크이지만, 수학과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학습을 위한 효율적인 연구 과정이 남아 있다. 마지막 방법으로는 완전히 돌연변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할 수도 있다.

결국, 인공지능도 인간의 창작 작업과 같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도 모방, 연습, 융합이라는 학습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창작품이 나온다. 인공지능도 그 과정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

다만 인공지능은 지워지지 않은 무한대의 기억 용량, 무한대의 경험, 그 모든 학습 과정을 순식간에 수행한다. 인간에 비해서 똑똑하고 빠르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창작 능력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 작품이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 미술, 소설, 시로 나오기까지는 더 깊은 교육 과정과 학습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특허도 만들 수 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아이디어나 특허를 합쳐서 새로운 융합 아이디어로 특허를 얼마든지 양산할 수 있다. 기존 특허와 논문의 검색 능력과 속도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빠르다.

그래서 특허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더 인간에게 위협적이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특허의 양산이 가능하다. 여러 인공지능이 협력해서 새로운 특허를 만든다면 인공지능 사이의 저자 순서를 정하는 알고리즘도 정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변리사가 나올 수 있다.

GAN을 기초한 모방과 합성 창작 인공지능(Synthetic Creation GAN)의 개념. [출처=KAIST]

인공지능 창작물에 권한에 대한 철학적 논의와 법률

이렇게 되면 논문과 특허를 포함한 인공지능 창작물의 소유를 누구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특히 특허의 권리를 누구의 소유로 할 것인가는 경제적, 사회적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권리 소유자가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자인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자인지, 아니면 그들을 고용한 기업이나 단체인지가 논쟁거리이다.

인공지능을 자아를 가진 ‘인간’으로 취급한다면, 인공지능 자체가 ‘특허권’을 보유할 수 있다. 또는 인공지능이 모여 집단으로 ‘법인체’를 만든다면, 인공지능 단체가 특허권을 가질 수 있다. 논문을 포함해서 모든 인공지능 창작품에 대한 소유 권한 같은 숙제를 주게 된다. 그러면 발명품의 권한과 수입도 인공지능이 갖질 수 있다.

그러려면 인공지능이 은행구좌도 개설해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한다. 그 로열티와 특허 창작 사용료도 인공지능에 내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법률과 변호사의 일자리는 줄지만, 새롭게 인공지능을 위한 법률의 제정과 보호에 앞장설 수 있게 되고, 그 수임료는 인공지능으로부터 받아야 할 세상이 온다.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결국 인공지능에 ‘인격권’을 부여하는 철학적 토론이 필요하게 된다. 그에 따르는 헌법, 법률, 세금 등 인공지능의 기본 권한과 인간과의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권한은 보호돼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joungho@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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