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의 구루들이 경기 침체 경고를 쏟아내는 가운데 뜻밖의 지표가 위기 상황을 예고해 주목된다.
미국 RV(레저용 차량) 판매가 급감한 한편 관련 업체들이 생산을 대폭 축소하고 나선 것. 업계 전문가들은 RV의 판매 추이가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보다 정확한 경기 바로미터라며 커다란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레저용 차량 [사진=로이터 뉴스핌] |
19일(현지시각) RV 산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 RV 판매 규모가 20% 급감했다. 지난해 4.1 줄어든 데 이어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된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RV 판매가 2년 이상 줄어든 사례가 세 차례 발생했고, 매번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제품 생산을 크게 축소했다. 미 RV 차량 생산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인디애나 주 엘크하트를 포함해 주요 지역의 기업들이 수요 둔화와 관세 시행에 따른 부품 가격 상승을 앞세워 생산라인 가동을 줄이는 상황이다.
볼스테이트 대학의 마이클 힉스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RV 산업이 이코노미스트보다 경기 침체 리스크를 더 정확하게 알린다”며 “관련 차량의 수요가 가파르게 줄어든 것은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진입했거나 매우 가깝게 근접한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 20만명의 소도시인 엘크하트의 실업률은 지난 6월 기준 3.0%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실업률인 3.6%를 밑도는 수치이지만 지난해 4월 2.1%에서 가파르게 뛰었고, 6월 주간 근로 시간은 0.5% 줄었다.
이 지역의 RV 업체인 토르 인더스트리스는 생산 규모를 대폭 줄인 한편 직원들의 근로 일수를 주 4일로 축소했다. 또 다른 업체인 LCI 인더스트리스 역시 생산라인 가동을 줄이고 나섰다.
레저용 차량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엘크하트는 미국 RV 생산의 65%를 차지하며, 그 밖에 타이어와 각종 액세서리의 주요 공급원이다. 재고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차량 딜러들이 RV 거래를 대폭 축소했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수요 부진이 가시화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베어드의 크레이그 케니슨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미국 RV 차량 판매 감소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 차량 딜러 레이지데이즈 홀딩스의 빌 머네인 대표 역시 지난해 가을부터 RV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가까운 시일 안에 턴어라운드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RV 구매는 음식료와 의류 등 생필품에 밀릴 수밖에 없고, 경기 한파가 뚜렷해질수록 재량 소비재 지출이 줄어들 여지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역시 RV 생산 및 판매에 악재로 꼽힌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되는 부품 가격이 크게 뛴 데다 유럽 자동차에 대한 관세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향후 전망도 흐리다는 지적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