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서영욱 기자 =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논란이 민간택지와 공공택지 공급가격의 형평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앞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 재개발·재건축 단지 분양가를 책정할 때 분양가 산정 기준이 되는 택지비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조성원가에 가깝게 책정해야 한다. 분양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택지비를 눌러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도 분양가상한제가 시행 중인 공공택지는 시세를 감안한 감정평가금액으로 건설사에 비싸게 팔아 고분양가 책정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0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맞춰 민간택지의 택지비 산정 기준을 대폭 손질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의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최상수 사진기자] |
국토부가 지난 14일 입법예고한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택지비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 시 표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책정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특히 감정평가 시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아예 명시했다. 여기에 택지비를 제대로 책정했는지 한국감정원의 검증도 받도록 했다. 개발이익을 뺀 순수 원가만 산출해 평가하라는 뜻이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한 2개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평가한 금액의 평균값으로 택지비를 책정했다. 감정평가방식에 별다른 제한이 없이 시세를 반영한 감정평가금액으로 결정됐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친 금액 이하로 책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택지비를 책정하고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분양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택지비를 틀어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미 분양가상한제가 시행 중인 공공택지에선 시세를 반영한 금액으로 택지를 공급하고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택지 공급가격은 지난 2015년 전용 85㎡ 이하 용지는 시세를 반영한 감정평가금액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당시 규정을 바꾼 이유는 '로또 분양'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 택지비를 책정하다 보니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무색한 고분양가 책정으로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과천지식정보타운의 경우 주택용지 수용가격은 3.3㎡당 토지 수용가는 평당 316만원, 조성원가는 861만원이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사에 땅을 판 평균 매각가격은 3.3㎥당 2320만원으로 조성원가보다 세 배 가까이 비쌌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S6블록 분양을 앞두고 토지가격을 감안해 3.3㎥당 평균 2600원에 분양승인을 신청했다. 공공택지 역대 최고가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고 과천시 분양가심의위원회는 당초 가격보다 15% 가량 낮춘 3.3㎥당 2205만원에 분양가를 승인했다. 대우건설은 사업성이 없다며 분양을 장기간 연기한 상태다.
과천시 분양가심의위원회는 택지비가 아닌 건축비를 삭감해 분양가를 낮췄다. 업계는 택지비를 낮추지 않으면 분양가상한제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적용지역을 강화, 완화 할 수 있는 핀셋 적용으로는 고분양가와 아파트값 급등을 막을 수 없다"며 "현재 분양가상한제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기본형건축비와 토지감정가로 인해 고분양을 막을 수 없음이 여실히 드러난바 엉터리 분양가상한제를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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