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국내 제약사들이 바이오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제약사는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거나 신사업을 확장하고 바이오벤처는 자본 투자를 받으면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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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면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거나 독점적 권한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종근당홀딩스는 최근 바이오오케스트라에 50억원을 투자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RNA 신약개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기업이다. 종근당홀딩스는 RNA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 효과와 진단기기 개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6월 뇌질환 치료법을 개발하는 국내 연구소기업 '아임뉴런 바이오사이언스'에 60억원을 투자했고 같은 달 인공지능 신약개발기업 '신테카바이오'에도 40억원을 투자했다.
또, 7월 글로벌 임플란트 기업 스트라우만 그룹에 투자하면서 치과 사업에 손을 댔다. 스트라우만은 유한양행의 자회사 워랜텍 지분 34%를 보유하고 한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워랜텍 제품에 대한 독점적 유통관리를 맡는다.
올해부터 대규모 오픈 이노베이션에 나서겠다고 밝혔던 부광약품은 올해 5월 디지털 덴탈 컨텐츠 O2O(온·오프라인 연계) 전문업체 메디파트너에 20억원을 투자했다. 메디파트너는 네트워크병원인 예치과의 병원경영지원회사로, 임플란트와 의료기기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한독은 올해 1월 미국의 대사성 희귀질환치료제 개발 업체 '레졸루트'(Rezolute)에 자회사 제넥신과 50대 50의 비율로 2500만달러(약 280억원)를 투자했다.
올해 3월에는 미국 바이오벤처 기업인 트리거 테라퓨틱스(TRIGR Therapeutics)에 500만 달러 규모(약 57억원)의 지분 투자를 했다.
트리거 테라퓨틱스는 작년 4월 설립된 미국 바이오벤처로, 연구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판권을 사들여 개발한 후 상업화를 시도하거나 글로벌기업에 기술 수출하는 NRDO 모델이다.
이 투자로 한독은 트리거 테라퓨틱스의 지분을 약 10% 확보했다.
올해 6월에는 SCM생명과학에 40억 규모 지분투자를 하고 '중증 아토피 피부염 줄기세포치료제'를 국내에서 상용화할 독점적 권한을 확보했다.
◆ "오픈 이노베이션, K-바이오 새로운 생존 방식"
국내 제약사들이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선순환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인보사 사태'와 '신라젠 쇼크' 등이 잇따라 터지며 산업 전반의 위기를 냉정하게 봐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는 장기적으로 산업 환경이 변화할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전에는 바이오벤처의 성공 목표가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 하나였는데 오픈 이노베이션이 늘어나면서 바이오기업들이 지분투자를 받거나, 기술 이전을 하는 등 다양한 생존 방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의약품 제조·수입업체들은 임상시험과 관련된 임상약리기술 분야에 전체 연구개발비의 39.5%(6764억원)를 투입했다. 임상 1상은 2027억원(11.8%), 2상은 1210억원(7.1%)가 들었고 임상 3상에는 3526억원(20.6%)을 투자했다. 바이오벤처가 임상 2상까지 진행하고 대형 제약사의 투자를 받아 상용화까지 가능하도록 개발하는 게 산업의 환경을 건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이어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발해지면서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제약바이오 산업의 환경이 투명해지고 있고, 장기적으로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의 시너지 이상의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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