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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폐지’ 법정공방 시작, 서열화 쏠림현상 심화되나

기사등록 : 2019-08-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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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부터 서울 8개 자사고 가처분신청 심문 시작
행정소송 최종 판결까지 3년 이상 소요될 듯
자사고 준비생, 일반고 아닌 남은 자사고로 몰려
정상화 아닌 고교 서열화 가중 우려 목소리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서울 소재 자사고들은 대법원 판결 등 ‘끝까지 간다’ 입장이지만 지원율 하락 등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자사고 폐지 정책 이후 일반고가 아닌 살아남은 자사고에 학생이 몰리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정부 정책 실효성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 서울지역 8개 학교의 가처분신청 심문은 23일부터 시작이다. 이날 배제고와 세화고를 시작으로 26일 숭문·신일, 27일 경희·한대부, 29일 중앙·이대부고 등의 심문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서울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 집회.

가처분 인용 여부는 이르면 이달말, 늦어도 내달초에는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학생 및 학부모 혼란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인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법원이 가처분은 받아줄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한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히기도 했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해도 자사고들이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본안소송인 행정소송을 통해 교육당국의 ‘지정취소’ 자체를 취소해야 하는데 양측의 첨예한 입장을 감안하면 1, 2심 결과에 상관없이 대법원 판결까지 갈 공산이 크다.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답답함을 토로하는 쪽은 자사고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준다해도 이미 정부가 자사고 폐지 정책을 확정한 상황을 감안하면 지원율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사고 관계자는 “정부가 대놓고 자사고 죽이기에 나섰는데 누가 지원을 하겠는가”라며 “자사고 준비하던 학생들이 일반고로 간다는 건 현실을 모르는 말이다. 결국 과학고나 외고 등 특목고나 남은 자사고로 학생들이 쏠리고 학군이 좋은 지역 고등학교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 자사고 8개의 취정취소 이후 입시전문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중학생 학부모 457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선호하는 고등학교로 재정징평가를 통과한 전국단위 자사고(22.5%)를 꼽핬다. 이는 1년전 조사에 비해 2.8%p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반면 재지정을 통과하지 못한 자사고를 선호하는 학부모는 3.1%에 그쳤는데 이는 직전 조사 대비 10.%에서 무려 7.2%p나 감소한 결과다. 자녀의 자사고 입학을 준비중인 학부모들이 일반고를 전환하기 보다는 살아남은 자사고에 집중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내년도 입시요강을 제출해야 하는 기간은 9월 5일. 지정취소 자사고들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 내려지면 곧바로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준비도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몰릴지는 미지수다. 당장 내년 신입생 모집부터 미달 사태가 속출한다면 법정공방이 끝나기도 전에 스스로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관계자는 “자사고 뿐 아니라 과학고나 외고 등 모든 학교를 일반고로 바꾸지 않는한 고교평준화는 불가능하다. 아니, 모든 고등학교를 획일화시켜도 특정 지역 명문고를 중심으로 학군이 형성되는 건 막을 수 없다. 이미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건 맞지만 정부의 자사고 죽이기가 잘못된 결정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라도 (법적 대응은)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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