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에 또다시 살아나, 그늘진 너의 얼굴이. 다시 내게 돌아올 수 없는 걸 알고 있지만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내 마음속에 조용히 찾아와줘.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의 한 구절이다. 배우 정해인(31)은 신작 ‘유열의 음악앨범’을 찍으며 이 노래를 반복해 들었다. 사랑했지만 또 사랑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엇갈리기만 하는 연인. 정해인은 그들의 마음이 이 노래와 닿아있다고 생각했다.
정해인의 신작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며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은교’(2012), ‘4등’(2015)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정지우 감독님의 팬으로서 함께 현장에 있는 걸 상상했는데 그것만으로도 너무 즐겁더라고요(웃음). 정말 배우, 스태프를 한 인간으로 많이 존중해주시는 분이죠. 게다가 상대 배우가 고은 씨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 현장이 행복할 거란 확신이 들었죠. 제가 또 이런 서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정해인이 연기한 현우에게는 학창 시절 상처가 있다. 더 열심히 사는 것으로 이겨내려 보려 하지만, 마음의 짐을 완전히 덜어내기는 역부족이다. 사랑하는 여자 미수 앞에서 마냥 당당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는 현우의 모든 게 이해됐어요.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100% 다 공감했죠. 물론 비슷한 점도 있어요. 둘 다 유머러스한 사람은 아니죠(웃음). 진취적인 면이나 이겨내려고 하는 점 역시 비슷해요. 전반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는 감독님과 대화를 가장 많이 했어요. 추상적인 디렉션을 주시면 그걸로 만들어 갔죠.”
이번 영화는 멜로물이란 점에서 그의 전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봄밤’(2019) 을 연상케 한다. 정해인은 이 두 작품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국민 연하남’에 등극했다. 하지만 비슷한 색의 작품, 캐릭터를 계속한다는 건 배우에게 위험 부담이 있다.
“작품을 할 때 전작과 차별점을 두겠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신경을 쓰며 연기하지는 않아요. 각자 대본이 가진 결이 달라서 글에만 온전히 집중한다면 다른 연기가 나올 거라고 믿죠. 그럼에도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겹친다, 비슷하다고 한다면 그건 제 연기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견은 겸허히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면서 정해인은 “어쩌다 보니 멜로물을 연달아 세 작품 하게 됐을 뿐이다. 계획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멜로만 선택하겠다는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차기작인 영화 ‘시동’에서도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무슨 작품이라도 하고 싶어서 간절하게 바랄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선택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감사하죠. 이왕이면 제 나이대 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하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또 다른 느낌이죠. ‘시동’에서는 열아홉 청년, 질풍노도의 시기를 연기했어요. 그간의 작품들과는 결이 다르고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웃음).”
jjy333jjy@newspim.com [사진=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