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연일 제기되는 각종 의혹으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민심이 악화되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청문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사청문회 일정을 두고 여야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당청이 정국 전환 및 야당 압박을 통해 이른바 '조국 구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윤도한 소통수석은 23일 국회에서 비공개회동을 갖고 조 후보자에 대한 국민청문회 개최를 협의했다. 여야가 인사청문회 일정을 26일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바로 다음날인 27일 국민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강 수석과 윤 수석 모두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으니 청와대도 동의했다고 생각한다"며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특히 조 후보자도 당청의 국민청문회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민주당에서 국민청문회를 제안해주신 것이나 정의당에서 소명요청서를 보내주신 것은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단 뜻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청문회에 당연히 출석해 답할 것이며 형식이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 소명요청에도 조속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취임 1주년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8.23 dlsgur9757@newspim.com |
국민청문회 카드는 청와대와 여당이 앞장서 조 후보자 구하기에 나선 것으로, 날로 악화되는 여론을 진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민심이 약화됐다는 소리도 들린다"며 "더 악화되기 전에 국민청문회라도 열어 조 후보자 해명자리를 갖고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 악화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 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45%로 나타났다. 반면 '직무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49%로 나타났다. 반일 여론을 등에 업고 고공행진을 달리던 국정지지도가 조국 논란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국민청문회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압박용으로도 분석된다. 앞서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인사청문회 가능 날짜로 9월 3일, 4일, 5일을 제시한 바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진태 의원은 '사흘간 청문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법 9조에 따르면 청문회 기간은 최대 3일이다. 하지만 관례상 국무위원 청문회는 하루, 국무총리는 이틀 동안 이뤄져 왔다. 이에 이인영 원내대표는 "오랫동안 청문회를 진행해온 방식이 있는데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도 그 틀 안에서 진행되는 게 맞다"며 "조 후보자가 '법무총리' 후보자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 후보자가 직접 해명할 기회를 주는 한편 한국당 몽니로 어쩔 수 없이 국민청문회를 개최한다는 그림"이라며 "한국당에 화살을 돌리면서도 조 후보자 해명으로 떠나간 민심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민청문회가 각종 의혹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에 대한 대응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추진하지만 방송기자협회나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프레스센터나 국회에서 여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국민청문회를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할 의사를 내비쳤다.
아울러 국민청문회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달리 자료제출 요구권이 없다. 사실상 그동안 쏟아진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의 해명을 듣는 자리가 될 공산이 높다. 이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가 그동안 실체적 진실과 관련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언론도 그동안 의혹보도를 하면서 충분한 자료를 쌓은 만큼 국민청문회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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