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어떤 자료를 인멸했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고 26일 검찰 측에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와 김모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삼성그룹 임직원 8명에 대한 제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김학선 기자 yooksa@ |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은 이날 재판에서 “공소사실 관련 피고인들이 삭제한 자료가 무엇인지 특정돼야 하고 그 자료들이 검찰이 주장하는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지도 검찰에서 증명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특히 “공소사실에 보면 2156개 파일이 삭제됐다고 표현돼 있는데 이들 자료 중 어떤 자료가 증거인멸과 관련돼 있는지, 또 이미 공소장에 특정된 삭제 파일 6개에 대해서도 분식회계 증거로 쓰일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법리해석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증거인멸 범죄는 타인의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했을 때 성립되는 것인데 검찰에서 말하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이라면 피고인들이 삼성바이오 관련자들인데 이들이 자료를 삭제했다하더라도 법리적으로 범죄가 되는지 의문이 있어 다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공범의 경우 타인 증거인멸 인정은 안되지만 교사의 경우 공범이어도 범죄 성립이 가능하다다”며 “또 법률검토를 다 해서 분식회계 행위와 관련없는 제3자가 증거인멸 등 실행한 행위로 봤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이들 공소사실의 전제가 되는 삼성바이오 회계 부정 사건이 아직 기소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거인멸 및 교사 범죄의 유무죄를 따지는 것이 합당하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모 삼성전자 상무 측 변호인은 이와 관련 “이 재판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유무죄 판단을 할 필요는 없다고 치더라도 이 부분이 양형과 관련해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 회계부정이 문제가 안된다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죄가 되지도 않는 행위의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로 (유죄) 선고를 받을 경우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증거인멸과 지시 등 행위는 대체로 인정하나 사실관계 일부에 대해선 검찰 즉 주장과 다툴 부분이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재판부는 이같은 변호인 측 주장에 대해 “변호인 측 요구사항을 살펴보시고 필요하다면 공소사실과 관련된 삭제 파일을 가능한한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고 검찰 측에 요청했다.
아직 공소사실과 관련한 입장을 내지 않은 피고인 측에도 “다음 재판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현재 수사 중이어서 관련 기록을 볼 수 없더라도 현재까지 상황에서 공소사실과 관련한 피고인 측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재판부에 배당된 피고인 8명의 5개 증거인멸 사건 모두를 병합해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공판기일 진행과 관련 없는 피고인은 사전에 재판부의 허락을 받고 재판에 나오지 않도록 배려했다.
이들의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9월 6일 오후 4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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