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군이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전후 정반대의 입장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기존에 “지소미아는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했다가 최근 “효용성이 없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다.
군은 이에 대해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라, 한‧미‧일 간 협력 중요성은 있으나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략적 가치’와 ‘효용성’이 사실상 유사한 의미로 통용된다는 점에서, 군이 내놓은 입장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leehs@newspim.com |
◆ 정경두 국방, 스스로 지소미아 전략적 가치 인정 후 ‘효용성 없다’ 발언
일각서 ‘軍, 입장 왜 바뀌었나’, ‘日 제공 정보 과소평가하나’ 등 비판 제기
한일 양국은 지난 2016년 11월 지소미아(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를 체결한 후 북핵 및 미사일 정보 등 1급 비밀을 제외한 군사 정보를 교환했다. 한국은 주로 북‧중 접경지역의 정보를 일본에 제공하고, 일본은 이지스함이나 첩보 위성 등에서 확보한 정보 자산을 한국에 제공하는 식이었다.
특히 북한의 도발이 빈번해진 5월 4일 이후부터 지난 16일까지 양국은 총 7차례 관련 정보를 교환했다. 심지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내려진 이후인 23일에도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자 양국은 지소미아를 통해 정보교류를 했다.
이와 관련해 정경두 장관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소미아는 충분히 전략적 가치가 있다”며 “(지소미아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 있으니 (연장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지 도움이 안 되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leehs@newspim.com |
◆"일주일 만에 입장 180도 뒤집었다" 비판 제기
그런데 정 장관은 약 일주일 후인 26일에는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정 장관은 26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지소미아는 한일 간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측면에서 그렇게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군이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꾼 데다,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례로 지난 2017년 8월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했을 때, 한미 당국이 일본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최종 판단을 내렸던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은 관영매체들을 통해 “목표수역을 명중 타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일본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제대로 탄착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도 일본이 제공한 정보의 효용 가치를 인정한 사실이 있다.
김영환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지난 21일 정 장관과 함께 국방위에 출석해 “단거리 형태의 미사일일 경우에는 통상 한미가 우선적으로 탐지하는 면이 있으나 일본 열도를 통과할 정도의 장거리 미사일의 경우에는 탄착 부분에서 일본이 탐지하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 leehs@newspim.com |
◆ 국방부 “지소미아, 한‧미‧일 공조 측면에선 전략적 가치 있어”
“우리에 대한 직접적 영향 판단 시 日 제공 개별 정보 효용성 없다는 뜻” 해명
지소미아에 대한 군의 입장과 관련해 비판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27일 해명에 나섰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지소미아에 대해 전략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효용 가치가 없다고 발언했는데, 며칠 사이에 지소미아의 효용성에 대해 판단을 바꿔야 할 만큼 중대한 근거가 새로 생겼느냐’는 질문을 받고 “(판단을 바꿨다는 것은) 이해를 잘못 하신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장관의) 말씀에 일관성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최 대변인은 “(장관이) ‘효용성이 없다’고 하신 부분은 구체적인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말씀드릴 의미가 없다는 뜻이고, 전략적 가치 언급은 한‧미‧일 간에 협력의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을 하신 것”이라며 “(장관의) 말씀에 일관성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26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가 북한 미사일 분석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라는 입장이 나온 것이 기존 입장과 정반대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한테 직접적인 위해가 되는 부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데 그에 관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분석 및 확인을 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정확한 저희 분석에 일본 측의 정보가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noh@newspim.com |
국방부의 입장을 종합하면 군은 한‧미‧일 공조, 혹은 한일 관계 측면에서 지소미아가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이 제공하는 모든 개별 정보가 효용성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며,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판단을 하는 데 있어서 일본이 제공한 정보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 국방부의 판단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국방부는 일본과 지소미아를 종료하더라도 북핵 및 미사일 정보 등은 한미 공조를 통해 취득한 정보 등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대변인은 “우리가 대체할 수 있는 부분들, 그리고 다양한 방법의 정보 취득수단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평소에 다양한 부분, 특히 한미 공조를 통해 필요한 정보들을 받고, 교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용어설명> 지소미아(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어떤 두 국가가 ‘유사 시 1급 비밀을 제외한 모든 군사 정보를 보다 원활히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체결하는 협정이다. ‘군사정보 보안에 관한 일반적 협정’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 동맹국‧우방국들을 비롯해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폴란드,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총 34개국과 지소미아를 체결했다. 오는 11월 말까지 협정이 유지되는 일본도 34개국에 포함된다. 일본은 우리의 2배인 약 60여개국과 지소미아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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