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한국경제가 일찍이 경험 못한 대외악재 속에 놓여 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 수출규제까지 덮쳐 수출과 내수 모두 힘든 상황입니다.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 분야에서도 위기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도 해법은 있다'는 믿음으로 종합 뉴스통신사 뉴스핌이 ‘첩첩산중 한국경제! 어떻게 돌파할까’라는 주제로 경제진단 대토론회를 진행합니다. 국회 사무처와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함께 합니다. 대토론을 위해 뉴스핌은 전자, 자동차, 기계, 유통, 게임, 금융, 보험, 카드, 증권, 부동산 등의 최고경영자(CEO) 239명에게 묻는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CEO들의 진단과 희망, 그리고 해법을 총 5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한국의 좌파정권과 일본의 우익정권이 뿌리부터 대립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나 의미있는 대화가 가능할 것",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일본 보수파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일관계 악화를 계속 악용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가 아닌 정치·역사·안보적으로 대립하고 있어 풀기 어려운 문제다", "양국의 국민 감정이 악화되면서 민족주의 대립으로 번지고 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한일 정부가 역사적 갈등과 정치적 목적 때문에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이 지난 8월 7~12일 엿새 동안 IT, 자동차, 기계, 부동산, 은행, 증권, 보험, 바이오, 유통 등 전 산업분야 239개 업체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절반에 달하는 49%(118명)가 '한일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인들은 크게 △문재인 정부의 반일 기조 △일본 아베 정권의 극우 성향 △양국의 국민적 반감 △때를 놓친 외교적 골든타임 △해결책 없는 과거사 △글로벌시장에서의 무한경쟁 등에서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이유를 찾았다.
우선 문재인 정부에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 기업인들은 대일 정책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과 배치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내 중견기업의 A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좌편향 정책을 펼치면서 일본·미국과는 대립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정책을 이념적으로 치우쳐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 관계 개선 의지가 없고 일본의 경제보복을 정치적 셈법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CEO는 "문재인 정부를 보면 일본과의 관계를 어떡해든 조정하겠다는 의지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의지가 있다면 접점을 찾는 것이 외교적 수순인데, 전혀 타협하겠다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양국 정부 모두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가 강하다. 현재로선 단기간 타협이 가능한 골든타임도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일본 아베 정권으로 인해 향후 한일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섰다. 한 CEO는 "일본 보수파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일관계 악화를 계속 악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 해외부문장을 맡고 있는 한 CEO는 "아베 정권이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는 정치적 목적을 계속 가지고 간다면 한국을 이용하기 위해 한일관계를 쉽게 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CEO들은 아베 정권이 북한 핵을 놓고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적인 감정 문제로 번졌다는 의견과 함께 양국이 관계를 개선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일본과 사실상 (경제)전쟁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출구 전략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과거사 및 경제적인 문제가 얽혀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국 경제가 부상하면서 신산업에 대한 일본의 견제가 한일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제산업에서 한일 양국이 패권을 놓고 싸우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수용하기 전까지 문재인 정부가 물러설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의 원인을 보는 시각은 두 갈래로 갈렸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인 중 32%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 때문이라고 봤다. 반면 33%는 대법원의 판결 때문이 아니라고 응답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