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황선중 기자 = 한영외고 유학반은 가짜 스펙을 쌓기 위해 '유령 동아리' 뿐만 아니라 수업을 빠지고 대외활동에 참여하는 특권도 주어졌다. 일반 학생들과는 달리 필수로 들어야 할 정규 교과목 수업을 듣지 않고 편법으로 스펙을 쌓아온 데는 학교 측의 묵인도 한몫 했다. 조국(54)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의 화려한 대외활동 이력도 유학반만의 특권이 작용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관련 기사 : [단독]한영외고 유학반의 가짜 스펙 쌓기…조국 딸도 '유령 동아리')
28일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따르면 조씨는 한영외고 3학년 재학 시절인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공주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 단기 고교생 인턴십에 참여한 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조류학회에 발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인 조씨가 학기 중 서울에서 충남 공주시를 오가며 적극적으로 인턴을 하는 일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영외국어고등학교 홈페이지 중 OSP(일명 국제반) 소개 내용. [캡처=한영외고 홈페이지] |
일각에서는 조씨가 한영외고 유학반이었기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영외고 유학반은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모인 곳이다. 해외 대학 입시에 내신성적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대외활동에 적극 참여했다는 것이다.
한영외고 졸업생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유학반에서도 정규 교과목 수업은 있었지만, 일반 국내반과 달리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수준이었다. 학생들이 정규 수업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대신 유학반은 별도로 AP(미국 대학과목 학점 선이수 제도), SAT(미국 수학능력시험)를 준비하거나 대외활동 이력을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씨도 다른 유학반 학생들처럼 정규 교과목 수업을 듣지 않고 AP, SAT를 준비하거나 대외활동에 참여했었을 것이라는 게 당시 재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당시 유학반에서는 수업에 결석하고 대외활동에 참여하더라도 출결 등 학사관리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고 한다. 학교가 나서서 유학반 학생들의 대외활동에 적극 편의를 봐줬다는 설명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대외활동에 참여할 경우 체험학습 확인서 등을 제출받고 이를 학교생활기록부 '교외체험학습상황'란에 기재한다. 관련 규정상 의무적으로 들어야 할 수업시수를 넘어서는 기간까지 체험활동으로 인정해줄 수는 없다. 학교 측이 유학반의 '스펙 쌓기'를 위해 출결까지 조작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한영외국어고등학교 정문. [사진=임성봉기자] |
한 한영외고 졸업생은 모든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적법하게 마쳐야 하지만 유학반의 경우 학교에서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관행처럼 눈감아 주고 있었다고 전했다. 조씨는 공주대 인턴 외에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학술행사 인턴으로 활동했으며, 숙명여자대학교 여고생 물리캠프에 참여해 장려상도 수상했다.
한영외고 입시 전문 학원 관계자는 "유학반은 수업을 듣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를 안 하거나 해당 교과목 대신 AP, SAT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 같은 수준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도 그런 분위기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뉴스핌은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한영외고 측에 수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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