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변신’이 개봉 일주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더니 28일 1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변신’은 가족의 모습으로 숨어든 악마를 쫓는 이야기를 담은 오컬트물이다.
기대 이상의 스코어지만, ‘변신’의 흥행이 마냥 낯설지는 않다. 최근 극장가에는 구마(엑소시즘, 사람이나 사물에서 악마나 악의 세력을 쫓아내는 행위)를 소재로 한 한국 영화가 쏟아지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 [사진=CJ ENM] |
할리우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엑소시즘이 충무로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데에는 ‘검은 사제들’(2015)의 영향이 컸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한국판 '엑소시스트'로 불리며 544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듬해 비슷한 소재를 내세운 또 다른 영화 ‘곡성’(2016)이 연이어 흥행하면서 엑소시즘은 마니아가 아닌 대중적 소재라는 것을 방증했다.
이후 충무로에서는 구마 영화 제작이 활발해졌다. 특히 올해는 무려 세 편의 구마 영화가 개봉했다. 지난 2월 ‘사바하’, 7월 ‘사자’가 관객을 만났고 이달에는 앞서 언급한 ‘변신’이 개봉했다. 현재 CJ ENM은 구마를 다룬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 영화 제작 준비도 한창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검은 사제들’ 이후 구마, 가톨릭 의식 등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하며 즐거움을 주는 소재로 자리 잡았다. 현 관객들의 불안한 심리도 하나의 이유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 관객을 구마 영화로 불러모았다. 사람들은 힘들 때마다 신비한 현상, 초현실적인 현상에 기대게 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개봉한 구마 소재 영화 '사바하'(왼쪽부터), '사자', '변신' 포스터 [사진-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긴장감은 높지만, 일반 공포 영화와 달리 시각적인 무서움이 적다는 것도 흥행 포인트다. 최근 ‘변신’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김지현(27) 씨는 “정통 공포나 호러 영화만큼 오싹하지만, 그 영화들과 달리 귀신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단순히 엑소시즘을 소재로 사용한다고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건 아니다. 장르적 변주는 구마 영화의 생명력을 연장해주는 주요 요소다. ‘사바하’는 가톨릭에 불교, 무속신앙, 신흥종교 등 다양한 종교를 접목했고, ‘사자’는 엑소시즘에 히어로 장르를 섞었다. ‘변신’은 구마를 가족 드라마로 풀었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과 다르다. 세 작품 모두 흥행에 성공하거나 개봉 직후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정 평론가는 “‘검은 사제들’도 원래 단편 영화다. 그때는 종교적인 색채가 더 강했다. 하지만 장편이 되면서 상업적인 요소가 결합돼 좋은 상업영화가 됐다”며 “‘사바하’ ‘사자’ ‘변신’ 등 최근 구마 영화도 보면 모두 각자의 색깔을 넣어 차별화를 했다. 똑같이 만들었다면 비슷한 작품의 반복이라 관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영화 '변신'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이어 “앞으로도 구마 작품들은 계속 등장할 거다. 역시 단순 반복을 넘어 차별화를 줘야 성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학 혹은 우리나라 전통문화 등을 섞는 식이다. 이렇게 변주를 준다면 구마는 충무로에서 꾸준히 매력적인 소재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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