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이 IT를 중심으로 자국 기업의 미국 의존도를 파악하고 나서 주목된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로고와 미국 성조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의 내달 1일 추가 관세 강행 발표에 즉각적인 보복을 자제하겠다며 신경전을 진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무역 마찰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는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소식이다.
2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미국 의존도를 파악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까운 미래에 미국과 무역 협상 타결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궁극적으로 자국 경제의 미국 공급망 의존도를 축소,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주 이른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를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 미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 파악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의 대규모 관세에 대응하는 과정에 자국 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충격을 미리 분석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정보통신부, 상무부가 IT 산업을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미국과 얽힌 공급망 구조를 분석하는 한편 거래 노출 수위 및 매출 의존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IT 업계 대표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화웨이 보이콧으로 인한 충격에 된서리를 맞은 중국이 IT 부문의 기술 독립에 본격 나서는 움직임이다.
이날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추가 관세에 즉각적인 보복을 자제하고 신경전을 진정시키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 두 경제국을 분리시키려고 한다면 그 결과는 당사자에게 반드시 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이체방크를 포함한 월가의 투자은행(IB)은 중국 측의 이 같은 발언을 근거로 조속한 협상 타결보다 장기전 대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앞서 류허 중국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가 중국의 공급망 보호를 강조한 것도 같은 의미라는 분석이다.
이와 별도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화웨이의 기술 탈취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협상이 난기류를 타는 가운데 신경전이 꼬리를 무는 상황이다.
이미 일부 중국 기업들은 미국과 거래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시스코 시스템스의 척 로빈스 치고경영자가 이달 초 중국 통신사와 그 밖에 국영 기업들로부터 제품 수주가 끊어졌다고 언급, 이 같은 정황을 드러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다른 차원의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는 협상 형태와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이날 양국이 담판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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