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글로벌

[전문가 진단] "푸틴 주도 동방경제포럼, 문대통령 불참 아쉬워"

기사등록 : 2019-09-03 06:27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홍남기 부총리 참석…외국은 푸틴·아베 등 정상급 집결
북중러 대 한미일 냉전구도 꺨 수 있는 기회 놓쳤다는 지적도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오는 4~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칼트마 바툴가 몽골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제5차 동방경제포럼이 열린다.

정부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참석해 신북방정책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고 러시아와의 극동지역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다만 홍 부총리가 정부 대표로 참석하며 주요국과의 정상급 외교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엄구호 교수 "한·러 협력플랫폼 수장이 홍남기, 정당성 있어"

동방경제포럼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극동 개발 정책에 따라 2016년부터 매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 따른 대안으로 극동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자 했고 한중일 등 역내 주요국은 포럼에 적극적으로 임해왔다. 한국도 박근혜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정책’ 기조에 따라 극동지역 경제 협력에 적극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3차 포럼에 참석했고, 지난해 4차 포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았다. 올해 행사에는 문 대통령의 동남아 3개국 순방으로 참석할 수 없게 됐고, 이 총리도 일정이 맞지 않아 홍 부총리가 러시아로 간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가 양국 간 협력플랫폼 최고의사결정기구인데,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와 함께 홍 부총리가 위원장이기 떄문에 그의 참석은 정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이어 “이번 포럼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신북방정책 실천에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러시아 측에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신북방정책 핵심 기조인 ‘나인브릿지(9 Bridge, 가스·철도·항만·전력·북극항로·조선·농업·수산·일자리) 사업 관련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구체적으로는 의료와 수산분야에서의 협력을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문 대통령이 재작년 포럼에서 체결한 20억달러 규모의 투융자 플랫폼에 대한 진전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사실상 역내 유일의 정상급 다자협의체로 발전한 동방경제포럼에 우리 정부 정상이 가지 않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최국인 러시아에 우리 정부의 신북방정책 이행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는데다, 아베 총리와 한일 갈등을 논의할 기회를 놓치게 됐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급’ 문제로 이들과 양자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낮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9.02 kilroy023@newspim.com

◆최강 "정상이 가야 할 말 많은데…日 프레임 공격 주의해야"

엄 교수는 “북한도 이번엔 리용남 내각 부총리를 단장으로 해 지난번 김영재 대외경제상보다 격이 높고 이번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극동 개발 관련 새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등 상당히 의미 있는 자리”라며 “우리의 부총리 참석은 러시아에게 우리의 의지가 덜 평가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이번 포럼에 주요 지도자들이 모이는데 우리는 부총리급을 보내는 것은 상대국에 실망감을 줄 수 있다”며 “북한 문제 뿐 아니라 푸틴과도 만나서 독도 영공 침범 관련 얘기도 해야하고 정상이 가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원장은 그러면서 “특히 최근 한일관계를 봤을 때 최소한 총리는 참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론 일본은 우리와의 양자회담을 거부하겠지만 한국은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 대통령이나 총리가 오지 않아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프레임을 우리에게 씌울 근거를 얻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산된 문 대통령의 동방경제포럼 참석이 역내 안보환경을 바꿀 수 있는 기회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수근 중국 산동대 객좌교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국 정부가 압박을 받는데, 이번이 러시아·중국 카드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만약 (한국)정상이 참석한다면 푸틴에게 (한국이) 러시아를 소중히 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우 교수는 또 “푸틴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스트롱맨이기 때문에 한국에 힘을 실어줄 수 있고 중국이나 북한도 이에 보조를 맞출 것”이라며 “기존 북중러 대 한미일 냉전구도에서 벗어나 북중러에 한국이 가세한다면 러시아와의 협력에 적극적인 일본도 어디에 설지 눈치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도 캐나다, 멕시코와 3국 협력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협력을 논하는 모임이라고 미국에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다고 미국이 한미 동맹을 깨고 주한미군을 철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eogo@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