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개별기록관 건립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첫 개별 대통령기록관이 추진되는 것에 관한 논란이 커지자,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지시한 적 없는데 왜 우리 정부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당혹스럽다”고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이 불 같이 화를 냈다"고 언급,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감정 표출을 가감없이 공식발표했다.
국가기록원은 문 대통령의 발언 당일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문재인 대통령은 개별기록관 건립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 뜻을 존중해 개별 대통령기록관 설치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계획 철회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
개별 대통령기록관이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역대 대통령 중 어느 누구도 임기 중에 대통령 기록관을 건립한 전례가 없다. 또 172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건립 비용도 정부 차원에선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행법상 전임 대통령의 기록물은 2007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세종시에 위치한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이 통과된 시기는 2007년이다. 그 이후 재임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만 보관돼 있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의 서고 이용률은 84%에 달하는 포화 상태다.
이에 따라 국가기록원은 미국의 경우를 차용해, 문재인 정부에서 최초로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직 대통령들도 요청하면 개별 대통령기록관 건립이 가능하다는 게 국가기록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하며 "어떤 사람이 생전에 동상 기념비 기념관 세우는 건 자신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도 “과거 진시황제 아방궁이 떠오른다며 '문방궁' 짓겠다는 것이냐”며 일갈했다.
비판이 잇따르자 문 대통령도 "(기록관 건립을) 지시하지도 않았고, 배경은 이해하지만 왜 우리 정부에서 시작하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움을 드러냈다. 사실상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하거나 사전 보고를 받은 적이 없는데도 논란이 확산되자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개별 대통령기록관 설립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야당의 비판에 이어 문 대통령까지 기록관 건립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국가기록원이 더 이상 사업을 밀고 나갈 추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기록관 건립에 대해 “국가기록원의 판단 때문에 추진된 것이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국가기록원에서 결정하지 않겠는가”라고 기록원에 공을 밀었다.
이와 관련, 국가기록원 측은 문 대통령 뿐 아니라 앞으로 역대 전임 대통령의 개별 대통령기록관 건립이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다고 보고 있다. 내심 현 정권의 비위를 맞추려다 역풍을 맞으면서 향후 대통령기록원에 대한 어떠한 검토도 어려워졌다는 불편한 속내가 깔려있다.
이에 따라 기록원 측은 개별 대통령기록관보다는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증축하는 방안을 좀 더 현실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정치권의 관계자는 "대통령기록관은 한 시대의 통치 이념과 정책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국정 기록물을 보관하는 국가 자산"이라며 "이승만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취임 이후 주요 국책사업이나 업적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가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너무 대통령 한 사람의 업적에 치중해 개별 기록원을 건립하는 것처럼 비쳐진 것이 아쉽다"며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의 국가 사료라는 점을 더 강조했어야 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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