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국민 여론이 반반으로 갈린 ‘조국 국면’ 장기화로 총선 레이스는 사실상 시작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2월을 전후로 인재영입 결과를 하나둘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당 내에서는 이미 핵심 가치를 정하고 인재영입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영입인사를 밝힐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때 이른 총선 구도 돌입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인재영입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강조해온 당정청 ‘원팀’이 와해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서로 원하는 사람을 공천하고 또 공천을 받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는 등 당의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을 직접 한다고 선언한 것과 공천룰 조기 확정 모두 공천 불복에 따른 당 분열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국 국면을 전후로 지지세력 결집이 명확히 일어나고 야권발 ‘반조국연대’도 결성되고 있다. 정기국회와 국정 감사 등이 남아있다더라도 사실상 총선 국면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인재영입 발표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오전 서울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9.11 mironj19@newspim.com |
◆‘공감’에 초점 맞춘 20대 총선 인재 영입, “민주당 인재풀 넓혔다”
인재영입은 그 자체로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드러낸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인재영입으로 재미를 봤다. 당시 민주당이 내세운 가치는 ‘공감’이었다. 인재 리스트 작성부터 영입 과정까지 ‘공감’을 가치로 삼아 진행해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문재인 대표가 영입 대상과 1대1로 만나 설득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며 “그간 정치권에서 이뤄진 1대다 면접형태와는 차원이 달랐다”고 회고했다.
2015년 말은 양극화 심화로 ‘금수저’, ‘헬조선’, ‘노오력’ 등의 단어가 유행어로 퍼지던 시기였다. 또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지났지만 별 다른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던 시기였다. 민주당의 인재영입은 이를 정조준해 이뤄졌다.
특히 인재영입 발표 2호였던 김병관 의원은 ‘입당의 변’에서 “흙수저와 헬조선을 한탄하는 청년에게 "노오력해보았나"를 물어선 안된다”며 “떨어지면 죽는 절벽 앞에서 죽을 각오로 뛰어내리라고 말해선 안된다”고 언급, 청년층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외에도 세월호 유가족의 변호인 노릇을 한 박주민 의원, 여성의전화 상임대표를 지낸 정춘숙 의원, 삼성그룹 최초 실업계 고교 출신 임원 양향자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등도 이 시기에 영입됐다.
당시 인재영입에 관여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당 내부적으로 ‘공감’을 핵심 가치로 삼고 인재영입 리스트를 작성했다”라며 “영입까지 성공한 인사는 10%가 채 되지 않았지만 이들 모두 민주당 인재풀을 넓히는 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과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66대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9.09.09 pangbin@newspim.com |
◆공정·공감 잃은 민주당, “촛불 혁명 완수”로 인재영입 방향 잡나
민주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공정’을 잃었다. 조 장관 딸의 입시과정에서 부정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같은 선에서 지난 총선에서 제시한 ‘공감’을 재차 내세우기도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이해찬 대표는 내년 총선 화두를 ‘촛불 혁명 완성’으로 제시했다. '야권의 발목잡기'로 문재인 정부의 주된 공약이었던 권력기관 개혁·민생경제·한반도 평화 등을 이뤄낼 수 없었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취임 1주년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은 이명박근혜시대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촛불 혁명을 완성할 수 있느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촛불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혁명 전에 만들어진 국회가 문재인 정부의 손발을 묶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인재영입위원회를 조속히 가동, 외교·안보·경제 등 각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공유하는 인재를 발굴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제시한 인재영입 방향에 대해 “외교 인재풀은 여야 모두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미중 무역갈등·일본 대응 등 국제 관계·외교 이슈는 끊이지 않는 만큼 외교 전문 인력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질 듯하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인재영입 당시 외교관 출신이던 이수혁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지난 19대 총선부터 공을 들였다. 이 의원이 최근 주미대사로 지명되면서 의원직을 내놨고, 민주당은 이 의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영입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집권 중반기에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 동력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적 요구'에 맞는 인재영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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