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불확실성이라는 먹구름이 한국경제에 잔뜩 껴있다.
지난 1분기에 떨어졌던 한국 경제정책불확실성(EPU) 지수는 2분기 들어서 치솟았다. 대외 악재가 속출하는 터라 한국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점증할 전망이다.
17일 세계 경제정책불확실성 지수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현재 기준으로 한국 EPU 지수는 248.5다. 지난 1월(249.4) 이후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EPU 지수는 미국 스콧 베이커 교수 등이 개발한 지표다. 국가별로 경제(Economic), 정책(Policy), 불확실성(Uncertainty)과 관련이 있는 용어가 들어간 신문 기사를 분석해서 해당 지수를 산출한다. 현재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등 20개 국가 지수를 활용해 세계 EPU 지수를 추출한다. 세계 EPU 지수는 경제 불확실성 연구에 쓰인다.
한국 EPU 지수는 지난 1월 이후 하락 추세였다. 지난 2월 146.8을 기록한 후 4월에는 138.9까지 떨어졌다.
지난 5월 해당 지수는 230.1로 급등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인 무역협상이 결렬된 탓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세계경제가 기침만 해도 감기에 걸리는 취약한 구조라는 사실이 또 드러난 셈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경제 성장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경제 주체는 선택을 미루기 때문이다. 기업은 투자와 고용 등 경영상의 결정을 늦춘다. 가계는 지갑을 움켜쥐고 소비를 줄이며 미래를 대비한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문제는 한국 EPU 지수가 올해 하반기에도 솟구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외 경제 여건이 갈수록 나빠져서다.
지난 7월 일본 수출 규제 문제가 발생했다. 8월에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오는 10월에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도 예고돼 있다. 기획재정부도 매달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보고서에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경고음을 내는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달 초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글로벌 경제 하향세와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하반기 들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우리경제 하방 리스크도 커지는 양상"이라며 "정부는 거시경제 전반의 위험요인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EPU 지수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이다. 2016년 11월 해당 지수가 388로 치솟은 후 12월에는 375.9를 기록했다. 이듬해 1월에는 391.8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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