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신한, KB 등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이번 주 UN총회에서 '지속가능금융(금융사의 사회적가치 추구) 확대' 의지를 공표한다. 이들 금융회사는 앞으로 투자나 대출시 사회, 환경에 미치는 위험성도 비중을 두고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책임은행원칙 [자료=UNEP FI]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2일 글로벌 금융사 130여곳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UN총회에 참석해 지속가능금융 실현을 위한 은행의 역할을 담은 '책임은행원칙'에 서명할 예정이다. 즉, 지속가능금융을 추구하겠다고 전세계에 약속하는 것이다. 국내선 신한금융, KB금융의 전략 및 리스크관리 임원이 참석하며, 하나금융, DGB금융은 서면으로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책임은행원칙은 '지속가능발전목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빈곤 종식, 깨끗한 에너지, 지속가능한 경제적 성장 등 국제사회가 함께 시행해기 위해 UN총회가 채택한 17가지 목표이고,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사들이 이번에 약속한 것은 6가지 사항이다. 위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전략을 조정하고 △활동이나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대상을 설정하면서, 지속가능금융을 추구하기 위해 △고객과 협력하고 △이해관계자와 협력하고 △지배구조와 문화를 갖추며 △매년 자체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책임은행원칙)
눈에 띄는 것은 두 번째 '영향 감안' 원칙에 따른 전략 변화다. 결국 사회,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영역에 투자나 대출은 최대한 지양하라는 의미이기 때문. 이에 온실가스 배출이 많거나, 탄소 집약도가 높은 기업 혹은 프로젝트에 금융사의 투자나 대출을 줄일 수 있다. 또 금융회사는 UN이 제시한 '자체평가 가이드라인'도 활동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분석한 뒤 대안을 공시해야 한다.
직접적인 영향이 예고되는 영역은 석탄발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올초 일부 지자체에서 금고 운영권 선정 심사과정에서 '탈(脫) 석탄 은행'에 가점을 주겠다고 밝히면서 이슈가 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국내은행의 석탄발전 PF대출액은 신한은행 1414억원, 우리은행 1369억원, 하나은행 1027억원, 기업은행 967억원, 국민은행 864억원 등으로 적지않다.
물론 신한금융, KB금융 등은 모두 매년 지속가능보고서를 내면서, 지속가능금융을 강화하는 노력을 보여왔다. 하지만 투자나 대출의 영향을 감안하는 '리스크 관리' 측면은 미흡했다는 평가다. UN은 '자체평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존 보고서를 보완함으로써, 이를 해소하도록 했다. 이는 4년 내 이행해야 한다.
임대웅 UNEP FI 한국대표는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그 동안 투자, 대출한 곳의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예컨대 석탄발전 투자라면 이전엔 원리금상환만 보고 진행했다가 이제는 투자가 지역사회 원주민을 쫓아내지 않을지, 천연기념물을 훼손하진 않을지도 고려해야 한다. 보다 체계적으로 지속가능금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책임은행원칙 비준이 TCFD(기후관련 재무공시에 관한 태스크포스·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도입의 발판이 될지도 관심이다. TCFD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각종 정보를 공개하고 재무적 위험요인을 분석해야한다는 것을 말한다. 국내 금융회사 중에선 신한금융, KB금융, DGB금융 등 3곳이 TCFD 참여 선언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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