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저금리 기조 속에 대기업들이 잇따라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신용등급이 좋은 우량 회사채이면서 만기 7년 이상의 장기채 조달이 특히 활발한 편이다. 이는 7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이가 약 0.2%p(포인트)에 불과한 영향도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만기 5년을 초과하는 장기채 발행량은 14조9200억원 규모다. 지난해 상반기 4조8850억원보다 3.3배 늘어났다.
현대케피코, 롯데쇼핑 등 대기업들은 최근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29일 10년물을 연 1.79%에 발행했다. 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인 현대케피코는 900억원 규모의 3년물 채권금리가 연 1.752%로 결정됐다. SK가스는 5년물(400억원), 7년물(600억원) 가량 발행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한화토탈, 호텔롯데, SK루브리컨츠, 만도 등도 최근 1%대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채권 금리가 하락해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연 1.817% 수준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7월 말 연 1.292%를 기록하더니 지난달 말 연 1.168%로 바닥을 찍었다. 지난 20일 거래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33%로 현 기준금리(연 1.50%)보다 0.17%p 낮았다.
서울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할 자금을 방출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등급 회사채 발행이 타 등급 대비 두드러진다"며 "A등급은 올 상반기 회사채 총 발행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0% 이상 증가했고 A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2%로 과거 15% 내외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무구조 개선으로 신용도가 좋은 건설사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기존 채권 상환과 현금 확보차원으로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한화건설은 8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지난 20일 발행했고, SK건설은 다음달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대림산업도 이달 중 2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한다.
앞서 GS건설은 지난 7월 총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건설사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저금리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만기도래하는 채권 상환 목적과 이자 절감을 통한 자금확보 차원에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금리가 낮아진 상황을 활용해, 만기도래 기업어음(CP)을 회사채로 대체해 조달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며 "저금리 심화로 회사채가 은행 차입보다 조달가격이 싸진 상황을 활용해, 만기도래 은행차입을 회사채로 대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해외도 다르지 않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융완화 기조로 돌아서자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9월 회사채 발행액은 하루 평균 112억 달러(약 13조3739억 원)로 지난 8월 대비 2.2배 급증했다.
특히 회사채 발행은 미국에서 집중됐다. 미국의 경우 회사채 56억 달러(6조6869억 원)를 발행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애플이 지난 4일 약 2년 만에 7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월트디즈니도 같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회사채 조기 상환에 쓰기로 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 회사 입장에선 기업 자금 확보차원에서 회사채 발행이 늘고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은행금리가 싸다 보니 다소 위험부담이 있는 회사채로 몰리고 있어 공급과 수요 모두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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