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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환경운동가 툰베리 유엔 격정연설에 美언론 보도 제각각

기사등록 : 2019-09-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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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이 화제다.

이날 툰베리는 마치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파괴는 자신과 같은 청소년의 미래와 같다고 말하고 싶은 듯,  "당신들은 빈 말들로 내 꿈과 어린시절을 앗아갔다. 나는 그나마 운이 좋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고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대멸망의 시작점에 있는데 당신들이 말하는 전부는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란 동화같은 이야기 뿐이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스웨덴 출신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9.23. [사진= 로이터 뉴스핌]

그는 지난 30여년간 과학은 명백히 기후변화에 대해 경고를 했지만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여전히 필요한 정치와 해결책들은 어디에도 없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감히 계속해서 외면하고 이곳에 와서 충분히 대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하고 물었다. 

툰베리는 현 수준의 노력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재앙을 인간의 능력으로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 뒤 끝으로 "모든 후대의 시선이 당신들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만약 당신들이 우리를 실망하게 한다면 나는 말한다. 우리는 결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해 기후변화 대책이 절실하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대목이었다. 

◆ '약속은 없고 말뿐인 잔치'였던 회의 

이처럼 청소년 운동가가 유엔 총회에서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추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의 연설이 격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약속은 없고 말뿐인 잔치'의 회의일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하나의 잔치라고 표현하며,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미국은 침묵을 일관했고 중국은 새로운 약속을 내놓지 않았으며 여타 유럽국가도 과거의 약속을 되풀이했다고 보도했다.

이전에 미국은 중국 등을 비난하며 기후변화 대응책을 촉구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고 여러 환경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쳐왔다. 

일부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기는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77개국이 2050년까지 '배기가스 제로'를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2050년까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를 약속했으며, 일부 재계 지도자들은 파리협정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년 간 기후변화 논의에 관여해 온 시민단체와 외교관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앤드류 스티어 세계자원연구소 대표는 "선진국들은 대부분 몹시 실망스러웠다"며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비교해 선진국들의 의욕이 매우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은 파리협정을 준수하고 있지만 어떤 국가는 그렇지 않다"며 미국을 공격했다.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은 경제성장 둔화도 겪고 있다. 다른 선진국이 나서지 않는 한 중국은 부담을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도 배기가스 저감 속도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22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석탄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말은 없었다.

◆ 美언론, 툰베리 관련 보도 제각각…비판적인 시각도

연설 외에 툰베리가 화제가 된 것은 순간 포착된 표정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의장 복도를 지나갈 때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던 툰베리의 모습이 영상으로 찍혀 트위터에 유포돼 숱한 관심을 받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설만 듣고 자리를 일찍 떠났다.

UN 기후변화 회담에 예기치 않게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는 그레타 툰베리의 날카로운 시선. 2019. 09. 23.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툰베리의 연설 영상을 올리며 "그는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매우 행복한 소녀처럼 보였다.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툰베리를 '어린 소녀에 불과하다'고 조롱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CNN은 '트럼프가 청소년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조롱하다'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린 아이를 놀리는 충격적인 트윗을 올렸다며, 그가 의도를 갖고 감정에 못이겨 흥분한 부분의 연설 일부분을 영상으로 올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한 폭스뉴스 패널은 툰베리를 '정신질환자'라고 조롱해 방송에서 퇴출당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3일 '더 데일리 와이어'에 출연한 초청 패널 마이클 놀스는 "툰베리는 정신적인 질환이 있다"고 발언했다. 논란이 일자 폭스뉴스는 그날 밤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고 놀스를 영구 출연 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툰베리 연설에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툰베리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누구도 어린 환경운동가에게 심한 비판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정치인들에게 방패막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무대에서의 격앙된 연설과 곳곳에서의 시위운동은 환경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데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고 했다. 향후 환경운동이 미국의 총기규제와 낙태 문제 처럼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해결책은 없는 난제로만 남게 될 수 있다고 썼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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