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주요국 중앙은행의 매파들이 언성을 높이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지구촌 전반에 확산됐던 통화완화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종료를 앞세운 도미노 금리하락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정책자들 사이에 균열이 드러나면서 당분간 투자자들의 혼란이 당분간 고조될 전망이다.
미 연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 정책자로 분류되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반스 총재는 일리노이에서 가진 연설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목표인 2.0%에 부합하고, 전반적인 통화정책이 적정 수준”이라며 “10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준 정책자들은 지난 17~18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5~2.00%로 인하, 7월에 이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지만 향후 정책 기조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 가장 커다란 이견을 보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앞으로 통화정책은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될 것이며, 충분한 것으로 판단될 때 금리인하를 멈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해 투자자들 사이에 이른바 ‘매파’ 금리인하가 사실상 종료를 맞았다는 관측이 번졌다.
유럽에서도 매파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출신의 사빈 로텐슐레거 유럽중앙은행(ECB) 집행 이사가 돌연 사임했다.
유로존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며 ECB의 부양책에 반기를 들었던 그는 통화정책 기조를 둘러싼 충돌로 갑작스럽게 퇴진을 결정했다.
ECB의 대표적인 매파로 통하는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최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제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며 “금리인상이 필요 이상 늦춰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구루들이 주장하는 경기 침체 리스크가 제한적이고, 금리를 추가로 내렸다가는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밖에 영국과 스위스, 일본은 이달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연준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스웨덴 중앙은행 역시 조만간 같은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PBOC) 역시 연초 이후 전면적인 지준율 인하를 시행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한파를 겪는 신흥국이 여전히 통화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국가간 정책 기조의 엇박자가 뚜렷하고, 금리인하를 주도했던 선진국 통화 당국에서도 매파 목소리가 번지자 월가는 혼란스럽다는 표정이다.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의 프레드릭 듀크로젯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를 판단하는 일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 채권시장의 금리인하 베팅이 지나치게 앞서 나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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