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를 앞세워 미국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주요국 IT 업계에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 나선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해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기록을 세우며 지난 5월 뉴욕증시에 입성한 차량 공유 업체 우버의 주가 하락에 오피스 공유 업체 위워크의 상장 연기와 기업 가치 급락 등 곳곳에서 악재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
우버 로고를 지붕에 부착한 차량 [사진=로이터 뉴스핌] |
두 번째 펀드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점쳐지는 한편 ‘큰 손’ 손정의 최고경영자의 IT 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각) CNN은 월가의 애널리스트가 소프트뱅크의 자산 상각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회계연도 비전펀드의 수익이 11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투자 업체의 경영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비전펀드가 70억달러 이상 뭉칫돈을 베팅한 우버는 뉴욕증시 입성 이후 30%에 달하는 주가 하락을 연출했다.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우버의 지분 1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지난 2분기 우버는 50억달러를 웃도는 적자를 냈고, 턴어라운드가 요원하다는 것이 월가의 진단이다.
기업용 메신저 업체인 슬랙도 상황은 마찬가지. 슬랙의 주가는 IPO 가격 대비 25% 후퇴했고, 지난 6월 고점에 비해서는 무려 40% 급락했다.
다이와에 따르면 비전펀드가 7.3%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이와의 안도 요시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IPO 이전 부풀려진 밸류에이션으로 인해 비전펀드가 손실을 입을 여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오피스 공유 업체 위워크의 상황도 비전펀드의 골칫거리다. 대어급 IPO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업체는 기업 가치 급락 속에 증시 입성이 불발된 상태다.
지난 24일에는 애덤 노이만 고동 창업자가 손정의 최고경영자와 마찰이 극에 달하면서 사임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CLSA와 번스타인에 따르면 비전펀드와 소프트뱅크가 위워크에 투자한 자금은 11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월 투자를 결정하면서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의 기업 가치를 470억달러로 평가했지만 IPO 계획을 접기 직전 월가의 진단은 100억달러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손정의 최고경영자는 지난 8월 2차 비전펀드 결성을 위해 애플과 폭스콘 등 주요 업체들과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차 펀드의 투자 결과물이 연이어 낙제점을 기록하면서 두 번째 펀드 조성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뉴욕대학교의 경영전문대학원 스턴 비즈니스 스쿨의 스콧 갈로웨이 교수는 CNN과 인터뷰에서 “비전펀드의 투자 판단에 작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2차 펀드는 사실상 불발됐다”고 말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