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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끌어온 독일 리더십 '휘청'...메르켈 지고 마크롱 뜨나" - FT

기사등록 : 2019-09-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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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이 기사는 9월 27일 오후 3시33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유럽의 정치·경제적 리더로 입지를 굳혔던 독일이 위기에 봉착했다. 높은 경제 성장률과 고용률을 기록했던 독일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으며, 난민 사태 등을 둘러싼 내부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위상이 낮아지는 틈을 타 프랑스는 국제사회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무는 독일의 위상과 함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주도권도 약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임기를 불과 2년 밖에 남겨두지 않은 메르켈 총리가 해결해야 하는 대내외적 현안이 산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서부 발칸 정상회의에 참석,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4.29. [사진=로이터 뉴스핌]

◆ 獨 주춤 틈타 佛 중재자 역할 자처

지난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개막을 앞두고 대통령 여름별장인 브레강송 요새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면서도 러시아의 G8 협의체 복귀가 "효율적이며, 유용하다"고 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는 명백한 유럽이다. 우리는 유럽이 포르투갈의 리스본부터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어진다고 믿는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며칠 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이 참여하는 4자 회동(노르망디 형식 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르망디 형식 회담을 위해 메르켈 총리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FT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전통적으로 독일이 수행해온 역할을 이제는 프랑스가 나서서 하겠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G8 협의체에 포함돼 있던 러시아가 퇴출되는 수모를 겪은 배경에는 2014년 있었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이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는데, 이때 선봉장 역할을 했던 사람이 바로 메르켈이다. 또 메르켈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 간의 휴전을 중재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프랑스가 독일이 맡았던 차세대 지도자를 자처하며, 각종 국제 현안에서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독일의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는 이를 두고 "마크롱이 메르켈의 쇼를 훔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나서게 배경을 두고 국제무대에서의 독일의 영향력 쇠퇴를 꼽고 있다. 독일 녹색당의 외교정책 대변인 오미드 누리푸르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처럼 국제무대를 활발하게 누빌 수 있는 이유는 "독일이 수동적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우)와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이 11일(현지시간) 베를린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예산안 논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9.11. [사진=로이터 뉴스핌]

◆ 메르켈, 대연정·난민 등 국내 문제 발목 잡혀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영향력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메르켈 총리가 국내 문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외교정책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메르켈 총리는 2015년 국경 문을 열고, 시리아 내전 난민 100만명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메르켈 총리의 난민 입국 허용 방침은 극심한 반발과 역풍을 맞이하게 된다. 반(反) 난민 정서를 자극한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제1야당으로 급부상했다. 반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사회민주당(SPD)이 구성하는 연정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때 호황기를 누렸던 독일의 경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의 여파 속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를 기록하며 역성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독일 경기가 조만간 본격적으로 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누리푸르 대변인은 "메르켈 총리는 불안정한 대연정과 후임 문제 등을 둘러싼 국내적 잡음에 정신이 팔려 있다. 이에 어떠한 새로운 외교정책 구상도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메르켈 총리의 건강이상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 측은 괜찮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총리가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정계를 떠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FT는 독일이 더 이상 국제무대를 자신감 있게 누비지 못하는 영향을 준 또 다른 주범 중 하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공격을 꼽았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을 '샌드백' 마냥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의 러시아 가스관 연결 사업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두고 독일에 대한 공세를 펼쳐왔다.

싱크탱크 독일마샬펀드의 방문 선임연구원 울리히 스펙은 "미국과의 연결고리는 독일의 외교정책에 있어 항상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단절됐다"며 "메르켈은 트럼프로 인해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단순히 독일과 미국의 안 좋은 관계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부터가 다르다고 전했다.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메르켈 총리는 자유무역주의와 다자주의를 표방해왔기 때문이다. 스펙 연구원은 "메르켈 총리는 다자기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런 기구들이 트럼프와 푸틴,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제 기능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메르켈 총리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유민주당(FDP)의 마르코 부흐만 하원의원은 메르켈이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절대로 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FT도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이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높다고 설명하며, 그가 여전히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라고 덧붙였다.

 

saewkim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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