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김명길 비핵화 실무협상 대표에 이어 김계관 고문까지 투입하며 새로운 대미 협상단을 구성한 것은 실무협상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이라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 연구원은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대미 협상단 조직 개편은 실무협상 재개 쪽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며 잠정적인 합의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양국의 비핵화 협상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가운데 북한은 김명길 순회대사를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로 임명했고 김계관 전 외무성 제1부상에게 외무성 고문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줬다.
특히 김계관 고문은 최근 북미협상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하며 비핵화 협상 전면에 새롭게 등장했다. 김 고문은 1960년대 외무성 생활을 시작한 뒤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와 2002년 2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 실무 책임자인 만큼 핵 협상 경험이 많다.
김 고문은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해 5월 담화를 통해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맹비난한 바 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대미 비난 발언도 비슷한 시기 나오며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될 뻔 했으나 김 고문은 같은 달 다시 유화적 담화를 내놓아 북미정상회담 불씨를 되살렸다.
이후 김계관이라는 이름은 올해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을 제외하면 북한 공식매체에 오르지 않았다. 지난 4월 그의 후임에 최선희가 임명되고 새로 구성된 외교위원회 명단에도 김 고문의 이름이 오르지 않아 퇴진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북한 정권은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를 끝내기 위해 그를 다시 부른 것으로 보인다.
테리 연구원은 다만 북한이 새로운 협상단을 꾸렸고 북한의 눈엣가시였던 볼턴 보좌관이 떠났지만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협상단이 바뀌어도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방식대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의 켄 고스 국장은 RFA에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대미 협상단 구성을 통한 역할 분담으로 관련 인사들이 북미 협상에 대해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 전략을 짜는 핵심 인물은 여전히 리용회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지만 김명길 대사가 대미 외교에 대한 세부적인 진행 업무를 맡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스 국장은 북한 정권이 체제안전 보장보다는 경제 개발을 위한 대북제재 완화를 더 협상하기 원한다고 분석하며, 실무협상 조율 단계에서 이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아예 협상이 재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이 최소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제재 완화만이라도 협상안에 포함시켜야 북한이 실무협상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실무협상 조율 상황에 대한 RFA의 문의에 “발표할 회담이 없다”며 “북한의 협상 재개 약속을 환영하며 우리는 합의된 시간과 장소에서 이러한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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