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담당님~"
#최근 SK하이닉스에선 사장 이하 모든 임원들이 '담당'으로 불린다. 상무, 전무,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직급이 없어지면서 임원 호칭이 '담당'으로 통일된 것이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상사인 임원의 호칭을 실수할까 걱정하는 일이 줄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소셜 밸류 커넥트 2019'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19.05.28 leehs@newspim.com |
SK그룹은 지난 8월부터 '임원제도 혁신안'을 적용, 계열사들의 임원 직급을 없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착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조치다.
직급을 폐지한 것은 국내 주요 그룹 중 SK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를 포함한 SK 주요 계열사들이 직급 대신 직책에 맞춰 임원을 부른다.
지주회사인 SK㈜의 경우, 7개의 수펙스추구협의회로 구성돼 있어 사장인 각 협의회 수장을 '위원장'이라고 부른다. 위원장 밑에 있는 부사장, 전무 등의 임원은 조직 단위에 따라 '실'이면 실장, '팀'이면 팀장이 된다. 대개 팀장이면 부장급으로 보여지지만 SK㈜ 내에선 임원이라도 맡고 있는 직책에 맞춰 팀장이 될 수 있다.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직급제가 폐지되기 전부터 임원 호칭으로 직책을 사용해 왔다. 직함은 센터장-실 또는 그룹-팀 순으로 이뤄진 조직명을 따른다. 사업보고서 등에도 직급을 명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올해 들어서는 영문 호칭도 생겼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올 초 수평적 기업문화 정책을 솔선수범하겠다며 자신을 사장님이 아닌 영문 이름의 앞글자를 딴 JP(Jung Park)로 불러 달라고 요청하면서 부터다.
SK주식회사 C&C나 SK이노베이션 등도 마찬가지다. 각 임원들은 조직 단위에 맞춰 '총괄님'이 되거나 '본부장'이 된다.
수평적 문화는 임원 직급 폐지에 앞서 이미 일반 직원들에서부터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일찍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에 이르는 직급 체계를 없애고 '매니저'로 통일했다. 지난해부터는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는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SK㈜와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에)도 직원들의 호칭을 각각 PL(Project Leader)와 TL(Technical Leader)로 바꿨다. 직급을 없앰으로써 세대·직위·직군간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팀장 직책을 없애고 PL(Professional Leader)이 단위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팀'으로 구성된 조직간 경계를 허물고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직급 파괴에 따른 변화는 각 사무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SK그룹 내 임원들이 확보했던 넓은 자리는 대부분이 비슷한 규모로 줄었다. 서린빌딩에 입주해 있는 SK㈜와 SK이노베이션 등은 사무실을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해 구성원들이 지정된 자리가 아닌 원하는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해 앉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SK그룹은 직급 폐지로 인해 임원들이 대외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것을 고려, 사장 이하 모든 임원들에게 부사장(Vice President) 직함을 부여했다. 직위가 올라간 것은 아니다. 아직 직급제가 통용되고 있는 국내 기업 문화 실정에 맞춘 방책이다.
이와 관련, SK그룹의 한 임원은 "직원뿐 아니라 임원들의 직급까지 없앤 것은 수평적 조직 문화를 이루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며 "조직 내 중요한 의사 결정이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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