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면전에 따른 파장이 교역에 이어 제조업을 강타, 지구촌 경제의 한파가 한층 고조되는 양상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올해 글로벌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절반 이상 하향 조정, 제조업 경기의 하강 기류가 지속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 미시간주 포드 공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물경기 한파가 고용과 민간 소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이른바 디플레이션 트레이드에 적극 뛰어드는 한편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달 금리인하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다.
1일(현지시각) 미국 제조업 경기가 더욱 깊은 위축 국면에 빠져든 것으로 확인, 중국과 유럽에 이어 주요국 경기 후퇴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공급관리자협회(ISM)가 공개한 9월 미국 제조업 지수는 47.8을 기록해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 8월 49.1을 기록하며 3년만에 처음 위축 국면에 진입한 제조업 경기는 50.2로 반등할 것이라는 월가의 전망과 엇박자를 냈다.
상황은 아시아와 유럽도 마찬가지. 지구촌 굴뚝 경기가 연이어 적신호를 내고 있다.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리스크에 홍역을 치르는 영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3으로 후퇴,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11년 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 하강 기류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독일 제조업 PMI 확정치가 41.7로 곤두박질 치며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낸 가운데 유로존 PMI 역시 45.7로 7년래 최저치로 미끄러졌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의 제조업 경기 역시 찬바람을 냈다.
전망도 흐리다. WTO는 올해 전세계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낮춰 잡았다. 지난 해 3%에서 반토막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관측이 적중할 경우 글로벌 무역 증가 폭은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의 대규모 중국 관세와 중국 측의 보복이 공급망 교란과 함께 주요국 교역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의 무역 마찰 및 무질서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경제 펀더멘털에 커다란 악재로 꼽힌다.
무역과 제조업으로 이어진 한파가 결국 고용 시장을 강타하는 한편 민간 소비와 자산시장까지 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실제로 발리 럼버를 포함해 목재 가공 업체들이 감원에 나섰고, 농기계 제조 업체 디어 역시 관세 충격과 수요 감소를 앞세워 미국에서 163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앰허스트 피어포인트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고용과 민간 소비를 버팀목으로 미국 경제가 상대적인 저항력을 보이고 있지만 제조업에 이어 이들 지표 역시 꺾일 경우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진전에 잠시 주춤했던 침체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 다시 번지기 시작했다.
RBC 글로벌 애셋 매니지먼트는 투자 보고서에서 “완만한 경기 후퇴가 급속하게 악화되게 마련”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단스크 뱅크는 향후 1~2년 사이 전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30%에 이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월가의 트레이더들이 인플레이션 하락 시 수익률을 올리는 옵션에 적극 베팅하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미국 제조업 지표 발표 후 연준의 이달 금리인하 기대가 높아졌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국채 선물이 반영하는 10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64.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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