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 트레이더들 사이에 인플레이션 하락 베팅이 후끈 달아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1% 아래로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구조의 옵션 거래가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고, 심지어 0%를 밑돌 때 수익을 올리는 옵션에도 뭉칫돈이 밀려드는 상황이다.
월가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른바 ‘디플레이션 트레이드’는 오는 4일 미국 9월 고용 지표 발표에 더욱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과 함께 시간당 임금 상승폭이 제한적일 경우 월가의 베팅이 한층 더 가열될 수 있다는 얘기다.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향후 10년 미국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반영하는 10년 BER(break-even rate)이 1.53%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26일 기록한 연중 고점인 1.97%에서 상당폭 하락한 수치이며, 2016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10년 BER은 10년 만기 미 국채와 같은 만기의 물가연계채권(TIPS)의 수익률 차이를 나타내며, 수치가 낮을수록 장기 물가 전망이 낮다는 의미다.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 5년물 인플레이션 스왑 금리가 1.18%로, 사상 최저치인 1.13%와 거리를 크게 좁혔다.
유럽 주요국의 고용과 물가 지표가 적신호를 낸 데 이어 금융시장은 미국 데이터를 주시하고 있다.
독일 9월 소비자물가가 0.9% 오르는 데 그치면서 시장 전망치인 1.0%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를 나란히 밑돌았고, 스페인 지표도 기대치에 미달하면서 유로존 전체 물가 지표를 둘러싼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0.4% 하락해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는 등 이른바 ‘D(디플레이션, Deflation)’의 리스크가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베스텍 애셋 매니지먼트의 러셀 실버스톤 머니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9월 미국 고용 지표가 부진할 경우 실물경기와 물가 절벽에 대한 공포가 크게 고조될 것”이라며 “현금 비중을 적극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을 14만7000건으로 예상하는 연율 기준 한편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이 3.2%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마이클 라이스터 채권 전략 헤드는 “달러화와 유로화의 인플레이션 BER 하락은 트레이더들이 디플레이션 헤지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을 반영하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투자은행(IB) 업계는 인플레이션 하강 기류를 겨냥한 투자 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나섰다.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내고 투자자들에게 스왑 거래를 통해 물가 ‘숏’ 전략을 추천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도미노 금리인하에 나섰지만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특히 ECB의 통화완화 정책이 인플레 기대 심리를 개선시키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월가 트레이더들의 최근 움직임은 정책자들의 주장과 정면으로 상반된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며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연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통하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기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0%에 부합하고, 전반적인 통화 정책이 적정 수준이라며 연내 추가 금리인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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