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화성사건 9건 외에 5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추가로 자백했다. 경찰은 공소시효 만료와 상관없이 이춘재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확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계획이다.
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춘재는 9차례 대면조사를 거쳐 화성사건 10건 중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9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5건의 살인과 30여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 범행을 추가로 자백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개요 [정리=뉴스핌] |
이춘재는 기억이 오래된 탓에 범행 건수에 대해서만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할 뿐, 정확한 범행 일시와 장소 등에 대해서는 진술에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춘재가 자백한 내용의 신빙성을 더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기수 경기남부경찰청 2부장은 "이춘재 자백의 내용이 초기 단계이고 구체적인 사건의 기억이 단편적이거나 사건에 따라 범행 일시와 장소, 행위 등에 편차가 있어 계속 확인 중"이라고 했다.
다만 경찰은 이춘재가 범행을 저지른 시기를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 1월부터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되기 전까지로 보고 있다.
경찰이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춘재의 추가 살인 5건은 화성사건 전후 화성과 수원 일대에서 3건, 충북 청주에서 2건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연쇄살인사건 |
화성사건 발생 기간인 1988년 12월과 1989년 9월 수원 화서역 인근, 오목천동에서 발생한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화성사건 피해자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발견됐다는 유사성이 있다.
청주에서는 이춘재가 처제 살인사건을 저지르기 직전인 1993년 11월 집에서 잠을 자던 20대 여성이 성폭행당하고 둔기로 폭행당해 숨진 사건이 거론된다.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이춘재가 전역한 후 화성사건이 시작되기 전인 1986년 2월~7월 5개월간 화성군 태안읍에서 7차례에 걸쳐 발생한 '화성연쇄성폭행사건'이 언급된다.
범행 이후 피해자를 의류와 스타킹으로 결박하는 등 범행 수법은 물론, 피해자들이 진술하는 용의자의 모습도 당시 알려진 화성사건 용의자 용모와 유사하다는 특징이 있다.
경찰은 우선 이춘재의 구체적인 진술을 유도하는 한편, 자백한 내용을 토대로 당시 수사기록과 증거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사건 관계자들을 상대로도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발견된 증거물에 대한 DNA 분석도 진행한다.
추가 범행을 확인하더라도 공소시효 만료로 이춘재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경찰은 끝까지 수사를 진행해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각오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세부적인 사건 내용과 진술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라며 "법률상의 공소시효는 완료됐으나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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