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홍콩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고교생에 실탄을 쏴 중상을 입힌 사건을 계기로 ‘피의 빚’을 갚겠다며 더욱 치열한 투쟁을 예고하는 시위대와 더욱 강경한 진압에 나선 경찰 간 충돌 사태가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다.
총상을 입고 쓰러진 홍콩 시위대 [동영상 캡쳐]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정오 경부터 홍콩 도심 센트럴지역의 차터가든에 반정부 시위대 수백 명이 모이기 시작해, 전날 18세 고등학생에게 실탄을 발사한 경찰의 진압행위를 규탄하며 주요 도로를 따라 행진을 시작했다.
시위대는 대부분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은 ‘홍콩 경찰은 살인자들’이라고 외치며 행진을 하면서 거리 시민들에게 시위 동참을 촉구하고 버스와 차량의 통행을 가로막았다.
시위가 이뤄지는 지역의 백화점과 금융기관들은 문을 닫았고, HSBC는 시위대의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해 센트럴지역에 있는 본사의 정문을 폐쇄했다.
홍콩 중고등학생 조직들이 긴급 동맹휴학 강행을 호소한 가운데, 이날 시위에 고교생들도 상당수 참여해 경찰의 실탄 공격을 규탄했다.
지난 6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경찰이 쏜 실탄에 중상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대는 당초 평화로운 시위로 시작했으나 정부와 경찰이 과잉 대응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8월 경찰이 쏜 빈백건에 여성 시위자 한 명이 눈에 부상을 입은 사건 이후 홍콩 국제공항 점거 시위가 촉발된 바 있다.
다국적 금융회사에 일한다는 한 시위자는 회사가 시위에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위에 참여했다며, “내 상사나 동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옳은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생 총상에 대해 “지난 몇 개월 간 경찰의 권력 남용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위자는 “시위대는 평화 시위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시도했으나 정부로부터 타당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리가 행동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으로 민주화 시위를 이끌어 온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고교생에게 실탄을 쏜 경찰을 ‘살인자’라 부르며 “홍콩은 이제 경찰국가가 됐다”고 비난했으며, 범민주 진영 의원 24명도 공동성명을 통해 “경찰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근거리에서 실탄을 발사한 것은 정당방위라 볼 수 없는 공격행위”라고 규탄했다.
이번 고교생 총상 사건에 대한 본격적 대규모 항위시위는 오는 주말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이미 텔레그램 등으로 주말 시위를 예고하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한편 홍콩 경찰은 이번 실탄 발사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테판 로 홍콩 경무처장은 1일 경찰 25명도 다쳤다며 “시위대가 쇠몽둥이와 벽돌, 화염병을 들고 경찰에 폭력을 휘둘러 경찰들이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수 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를 이를 무시해 총을 쏠 수밖에 없었으며, 실탄 발사는 시위대의 폭력적 공격에 대한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었다”며 총을 쏜 경찰을 옹호했다.
홍콩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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