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울=뉴스핌] 민지현 특파원 채송무 기자 = 8개월 만에 재개된 북미 실무협상이 8시간 만에 결렬되면서 비핵화 접점 찾기가 여전히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대북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탄핵설이 나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외적으로 더 강하게 압박하는 수순으로 해석했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북한에 더 많은 양보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몰아쳐가기 위한 '기 싸움'이라는 평가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져갔지만 북한이 봤을 때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특히 "최근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정부가 수세인 상황에서 북한이 더 몰아붙여도 되겠다고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 부원장은 "미국이 좋은 만남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전반적으로 대화의 동력 자체는 식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비핵화)접점 찾기에는 아직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관측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북한이 조금 더 압박하는 것 같다"며 "미국도 다시 한번 (대화)하자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실무협상 결렬을)나쁘게만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미가 모두 협상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언급한 연말 이전 실무협상이 다시 열릴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내다봤다.
스웨덴 외무성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 세번째).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조진구 "비핵화, 단계적 실행하려면 포괄적 합의 이뤄야...접점 찾기 난항 되풀이"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으로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크다고 분석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도 외면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확실히 담보되지 않는 조치를 수용하면 오히려 업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의 압박에 미국이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김정은 (북한)위원장이 이미 비핵화 이야기를 한 만큼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도 북한에 무엇인가를 줘야 한다"며 "가장 어려운 것은 비핵화에 대한 정의로 이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이어 "포괄적 합의, 단계적 실행 외에는 방안이 없는데 포괄적 합의는 비핵화의 정의와 연결돼 있다"며 "여전히 이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북미 협상 전망은…'결국 미국이 양보할 것' vs '美, 북한 압박전술로 되돌아갈 수도'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전망은 갈렸다. 성과가 시급한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양보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미국이 오히려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 부원장은 "미국이 결국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북한 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아닌 상황에서 다른 부분에서 공격을 받으니 이 부분에서라도 성과를 내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 및 핵무기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가 아닌 포괄적 보고를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를 시작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문 센터장은 오히려 "미국의 대북 정책은 최대의 압박과 최대의 관여인데, 지금까지는 압박에서 관여로 왔으니 다시 압박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이 협상 결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대북 전략전술을 신속하게 다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특히 "북한이 지금의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합의를 이루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미국 언론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북한의 핵동결 및 영변(핵실험장) 폐기 시 3년간 북한 석탄 수출 허용도 미국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