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이 확 달라졌습니다. 설립(1954년) 이후 지속해 온 기업구조조정을 자회사로 넘기고 혁신금융이란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입니다. 이동걸 회장의 주도로 진행 중인 이 같은 변신에 금융계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산업은행 변신을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김진호 기자 = 산업은행이 4차산업혁명과 혁신산업 육성 중심으로 체질을 변화시키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우선 국회다. ‘산은은 기업구조조정 전담 국책은행’이란 국회의 틀에 박힌 인식 탈피가 관건이다.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등과의 정책금융 중복 논란, 이동걸 회장의 잔여임기(11개월)도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오는 14일 국정감사를 앞둔 산업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실로부터 요구받은 주요 자료를 살펴보면, 대부분 정책금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진=KDB산업은행 사옥] |
김진태 의원(자유한국당)은 이번 국감을 앞두고 이 회장이 취임2주년 간담회에서 한 발언록을 요구했다. 당시 이 회장은 “정책금융에 있어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산은과 수은이 합병하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집중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큰 틀에서 정부의 정책금융 기관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산은-수은 합병론의 속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산은의 본연의 역할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태 의원(자유한국당)은 산업은행이 PE(사모투자) 관련 금융위 감사에서 지적받은 내용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주로 PEF 투자 의사결정시 자산에 대한 가치평가 및 리스크요인, 투자기업의 수익인식 회계처리 오류 등이다. 지상욱 의원(바른미래당) 등 대부분 의원들도 산은의 정책금융과 구조조정에 포커스를 두고 집중 질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일하게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만이 산은의 혁신금융과 관련된 자료를 요구했다. 그는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 출자, 혁신모험펀드 출자, 핀테크지원사업, 기업구조혁신펀드, 동산담보회수지원 한국자산관리공사 출자, 금융공공데이터 개방 및 이용 활성화 등에 관한 실적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회가 산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동걸 회장이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과 혁신산업 육성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산은 관계자는 “혁신금융 등에 대해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결국 답은 구조조정으로 돌아온다. 인식변화가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시장 역시 산은이 전략의 중심을 너무 급격하게 옮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회장의 구조조정 실험 '성패'에 대한 결과가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산은의 가장 핵심업무인 '구조조정 기능'을 너무 서둘러 이관했다는 세간의 평가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회사를 설립해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하는 것이 전문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 등으로부터 많은 압박과 질책을 듣는 부분에 대한 부담을 피하려는 의도도 없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이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11개월, 산은을 혁신기업 육성의 요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동걸 회장과 산은의 의지가 연착륙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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