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우리나라는 여전히 '게임 강국' 일까요. 한 때 ‘1등’이란 자부심을 가졌으나 최근 의문을 품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중국이 무시 못 할 상대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국내 게임산업은 다양한 규제에 신음하고 있고 빨라진 트렌드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외국산 게임에 안방을 내주게 된 한국게임 산업의 실태를 진단해봅니다.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13조 게임 산업을 옥죄던 규제 중 몇 개가 풀리는 모양새다. 게임이 점차 대중문화로 인식되면서 각종 규제들이 재검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감도 크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에서 '게임'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콘텐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게임 콘텐츠는 전체 수출 비중의 66.9%다. 매출은 같은 기간 13조9335억원, 수출액은 7조 6053억원을 기록했다. 영화(매출 5조5896억·수출 495억원)나 음악(매출 6조4931억·수출 6099억원)보다 월등히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았다. 한류나 K-POP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최근에서야 산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단순한 '오락' 또는 '공부 방해물'로 취급하고 만들었던 규제들이 차츰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가 17일 합동으로 발표한 '콘텐츠 산업 3대 혁신 전략' 내용 캡처 [자료 = 문화체육관광부] |
우선 2003년 탄생한 'PC 온라인 결제 한도' 규제가 지난 6월 말 폐지됐다. PC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을 살 수 있는 금액을 월 30만원(20009년에 50만원으로 증액)으로 제한한 것이 풀린 것. 이 규제는 게임 관련 법률이나 시행령에 따로 정한 것도 아니어서 성인 이용자들의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이 지속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온라인게임 심의 기준으로 정하자 게임사들은 암묵적으로 지킬 수밖에 없었다.
16세 미만 청소년이 대상인 '강제적 셧다운제'도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오전 0시부터 오전 6까지 온라인 게임과 유료 콘솔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이 규제는 청소년의 행복추구권과 기본권 침해 논란이 제기돼 왔다. 아울러 모바일 게임에 대한 규제는 없어 '반쪽짜리 규제'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셧다운제'는 국내 게임 시장 성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민지연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12년 셧다운제가 시행된 이후 2013년 국내 게임 시장이 -0.3% 역성장했고, 셧다운제 영향을 직접 받은 PC게임 시장 규모는 2013년 이후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게임 시장 문도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지난 2017년 한한령(限韓令) 조치 이후 사실상 국내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판호란 일종의 게임 서비스 허가권이다. 그사이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2018년 대비 15.4% 증가한 1340억 위원(약 22조 5000억원)으로 성장해 국내 게임 업게의 아쉬움이 큰 상태다.
김상현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사무소장은 뉴스핌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의 시장 제한을 풀기 위해 한국 정부 관련자 모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우리 콘텐츠에 대한 제한을 풀고 상생 협력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며 "중국과 한국이 역사적으로 동반자적인 관계를 형성해 왔다는 것을 인식시키며 상생 협력 포럼 등을 개최하며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19.07.09 dlsgur9757@newspim.com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중국 측과 판호 관련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인천에서 열린 한중일 3개국 관광 장관회의에서도 판호 문제를 비공식적으로 논의했고 최근에도 중국 대사와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 산업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더 많은 대중이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보도록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내에선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 질병 코드 권고 결정에 따른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게임스파르타' 조직을 꾸린 위정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한국게임학회장)은 "질병코드 이슈는 게임 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며 "(게임스파르타는) 풀뿌리 운동의 성격이 있고, 게임의 가치와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인식 개선 의지를 밝혔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