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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변동성의 10월 맞아 글로벌 시장은 '긴장'에 숨막혀  

기사등록 : 2019-10-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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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기 국제부장 = 정말로 세계 경제의 곳곳을 살피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만, 그래도 세계 경제에 대한 발언에서 아직 권위를 잃지 않는 곳이 세계은행(World Bank)이다.

총재 데이비드 맬패스는 최근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경고했다.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6월 세계은행이 내놓은 전망치 2.6%에 못 미친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무역 불확실성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유럽 경기 침체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또 선진국들은 물론 신흥국들도 투자가 미진해 앞으로 의미 있는 소득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완곡하고 점잖은 표현이라 하겠다.

맬패스 총재보다 3일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노골적이었다.

그는 10월 1일 임기를 시작하는 첫 인터뷰에서 "오리무중인 무역분쟁, 브렉시트, 자연재해 등으로 대규모 경제 붕괴가 초래될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에 대해 경고하며 세계 각국은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길 촉구했다.

그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임 IMF 총재는 햇빛이 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구름이 끼고 가끔 비가 오는 시기에 취임한 만큼 지붕 고치는 일을 더 미뤄서는 안 된다"며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공공투자와 구조개혁을 세계 각국은 지금 당장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다자주의를 회복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게오르기에바의 포부가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볼 때 이런 말이 현실성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경제 붕괴' 또는 'R(recession)의 공포'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면서 '자기실현의 속성'을 우려해 이런 용어를 남용하지 말자는 자성론도 등장하는 상황에서 IMF 수장이 하는 이런 말은 예사롭지가 않다.

나 홀로 잘 달리고 있는 미국 경제도 최근 이전과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9월 고용지표를 두고 '경기 둔화의 전조'란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용 증가율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소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임금 상승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50년 만의 최저 실업률(3.5%)이지만, 한 투자은행은 "지난달(9월) 비농업 취업자 수는 전월 대비 13만6000명 증가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14만5000명)에 미치지 못했고, 또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1년 전보다 2.9% 오르는 데 그쳐 시장 기대치(3.2%)를 밑돌면서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하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에서는 'R'이 회자됐다.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소비'에 힘입어 내수시장을 키워 왔다. 그런데 임금 감소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는 곧장 얼어붙을 수 있다. 무역분쟁의 결과 관세로 인해 중국산 수입품 가격이 빨리 올라가는 점도 소비에 악재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National Association of Business Economists)가 10월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전문가들은 내년 중반부터 미국 경제의 침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응답자 80%가 미국 경제의 하강 리스크를 경고했고, 이는 지난 6월의 60%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더 높아진 것이다.

올해는 2.3%의 성장률로 확장 기조를 유지하지만, 대선이 있는 2020년 말에는 한파가 닥치고 성장률이 1.8% 내려가면서 2021년에는 침체가 본격화된다는 예상이다.

여기서도 관건은 소비다. 주요국과 무역 전면전을 치르면서 제조업 경기가 바닥으로 꺼졌지만, 유일한 성장동력이던 소비자 지출로 버텨온 미국 경제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분석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으로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무역정책이었다. 1차로 제조업이고 이어 서비스업으로 나아가서 기업투자와 고용까지 그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조한 실물경제 부문 위로는 흔들리는 금융 부문이 있다. 여름부터 이어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변동성의 달' 10월을 맞아 재확대 여부가 투자자들 초미의 관심사다.

1929년 대공황과 1987년 블랙먼데이, 2008년 금융위기 등으로 인한 주가 폭락이 모두 10월에 시작됐다.

이런 상황을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가 놓칠 리가 없다. 그는 영향력 있는 기고가들이 글을 싣는 월간지(PS)에서 내년을 진단하면서 글로벌 위기를 경고했다.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도 올 수 있다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는 향후 세계 경제가 침체할 4가지 시나리오를 치킨게임에 비유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이란 갈등, 브렉시트,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즘 정권 장악 등 4대 '치킨게임'이 전 세계 경제 불황을 재촉하고 모두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경제가 입는 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사태를 뛰어넘는다는 것.

루비니 교수는 복합적인 불황 속에 세계 경제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민간소비가 유지되기 때문으로 봤다. 그렇지만 4대 치킨게임이 가속화할수록 글로벌 공급망 축소로 공급 측면 위축에 이어 소비 여력이 감소하면서 수요 측면 불황도 가속화할 것으로 경고했다.

루비니는 "연말까지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인상 경쟁이 높아지고,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12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공급 위축에다 소비 악화로 이어져 글로벌 경기는 냉각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비니는 그나마 4개의 치킨게임에서 모두 대화의 창이 열려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루비니는 어느 쪽도 상대방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두운 면이고, 더 나쁜 것은 치킨게임에서 결코 지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치닫는 이기심에 모두가 빠져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현재를 칼날 위에서 겨우 균형을 유지하는 형국에 비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의 조사에 따르면, 흔들리는 10월을 더 흔들어 한쪽으로 기울게 하는 요인으로 무역전쟁을 첫째로 꼽았다.

비록 미-중 1차 협상이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매듭짖는데 또 다른 갈등이 나오고 있다. 칼날 위의 10월. 그것도 흔들림이 더 심한 10월. 글로벌 금융시장은 10월을 지나가면서 세계 경제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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