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로부터 수백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이들에게 환경부 내부 자료를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환경부 서기관이 첫 재판에서 “뇌물을 받고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 대해선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4시 20분 수뢰후부정처사등 혐의로 기소된 환경부 서기관 최모 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장완익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지난 8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둘째날 오후 세션(정부분야 2)에서 안종주 비상임위원의 청문을 듣고 있다. 2019.08.28 alwaysame@newspim.com |
최 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공판기일에는 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다.
검찰은 “피고인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대응 태스크포스(TF) 관련 부서에 근무하면서도 애경 담당자 최모 씨에게 선물, 향응 등을 받은 대가로 내부 정보를 제공하기로 마음먹었다”며 “환경부 내부 보고서와 진행 상황 등을 텔레그램을 이용해 최 씨에게 제공하는 등 공무상 기밀을 누설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가능성이 제기되자 피고인은 이 사실을 최 씨에게 알렸다”며 “컴퓨터나 핸드폰 등에 저장된 제품 관련 내부 자료들을 전문 삭제 프로그램을 활용해 없애도록 조언하며 증거를 인멸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최 씨 측 변호인은 “증거인멸을 교사한 부분은 인정한다”면서도 “수뢰후부정처사 혐의에 대해선 일부 부인한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굳이 필요 없는 내용이 발견된다”며 “자세히 설명하려는 취지는 알겠지만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에 대해 차후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가습기살균제 재수사 과정에서 최 씨가 국정감사 예상 질의응답 자료까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기업에 넘긴 사례를 확인하고 최 씨를 수뢰후부정처사, 공무상 비밀누설,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지난 7월 22일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2017년부터 애경산업으로부터 수백만 원 상당의 선물과 금품, 향응 등을 받고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 건강 영향 평가 결과 보고서 등 환경부 각종 내부 자료를 애경 측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최 씨는 국정감사에 대비해 환경부가 작성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예상 질의응답 자료, 답변 방향까지 사전에 애경산업에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11월에는 애경산업 직원에게 검찰 수사가 개시될 것으로 예상되니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습기 살균제 자료를 삭제하라고 알려준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최 씨는 애경 외에 SK케미칼에도 환경부 문건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검찰은 최 씨가 넘겼다는 증거가 남아 있는 문건은 모두 외부에 공개된 자료여서 최 씨가 SK 측과 접촉한 혐의를 공소사실에 포함하지는 못했다.
최 씨는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 대응 태스크포스(TF)에 소속돼 올해 초까지 피해구제 업무를 맡았다.
환경부는 올해 2월 최 씨를 환경피해구제과장으로 발령했다가 3개월만인 5월 산하 지방청으로 전보했다. 현재 최 씨는 직위가 해제돼 대기 발령인 상태로 알려졌다.
최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11월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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