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여권이 이르면 이달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를 저지할 마땅한 전략이 없어 속을 끓고 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가칭), 정의당 등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선(先) 선거법 처리, 후(後) 검찰개혁법 처리'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민주당과의 협상에 따라 판세가 순식간에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바른미래당 없이도 정의당, 대안신당, 평화당 등과 연대할 경우 의외로 쉽게 표결 충분조건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의 연대 조건과 관련 "민주당이 어떤 방식으로든 선거법 처리에 대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게 되면 공수처법 처리가 우선순위로 일사천리 추진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당은 민주당이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회선진화법·여론 등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와 장외 규탄, 국회 보이콧(거부) 등의 방법이 거론되지만, 단편적이고 일시적일 뿐 법안 처리를 막을 확실한 대응책은 아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19.04.29 leehs@newspim.com |
◆ 149석 필요한 與 "정의당·대안신당·평화당·친여권 무소속 합치면 게임 끝"
물러설 곳 없는 野 "본회의장·국회의장석 점거, 역풍 커질수 있어 딜레마"
민주당은 한국당을 뺀 나머지 정당과 공조해 오는 29일 이후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과반 의석인 149석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공수처법을 비롯한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 검찰개혁법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이관됐기 때문에 이달 29일부터 본회의에 자동 부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법사위에서 자구 심사 90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1월 말 이후가 맞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한국당을 배제하고 이달 말 본회의 처리를 하기 위해 물밑협상으로 표 단속에 나섰다. 현재 민주당 의석은 128석이다. 또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 친여권 성향 무소속(문희상 국회의장, 손혜원·손금주·이용호 의원 등)을 합치면 총 139석이 된다.
여기에 민주평화당에서 탈당한 의원들로 구성된 대안신당 10석, 민주평화당 4석 등만 합쳐도 153석으로 149석을 무난히 넘기게 된다. 바른미래당 의원들 없이도 단순 계산으로는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미 내부적으로 표 계산에 들어갔다.
대안신당은 표면적으로는 '4월 패스트트랙 합의정신에 따라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은 12월 초에 일괄 처리한다'는 입장이지만 '검경수사권, 공수처법, 선거법 등 개혁입법에 적극 찬성한다'며 공수처법 선행 처리에 적극적으로 비판하거나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다.
이 지점에서 한국당의 고심이 깊다. 한국당과 보수 성향의 바른미래당·무소속 의원들을 배제한 채 범여권이 처리를 강행할 경우 저지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
국회선진화법 시행에 따라 본회의장 앞 또는 국회의장석 점거는 불가능하다. 또한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이미 극한 대치를 하며, 이에 대한 국민 여론도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지난 4월 29일 시도하는 가운데,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지정 저지 농성을 벌이는 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바닥에 누워 인간띠를 두르고 있다. 2019.04.29 leehs@newspim.com |
◆ 한국당 내부 "원내 지도부가 전략 짜고 있어...하지만 현실적으로 막는 것은 어려워"
한국당은 일단 민주당의 이달 말 강행 처리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보고 있다. 내달 말로 패스트트랙 절차가 완료되는 선거법 처리 및 예산안 정국에서, 국회를 결단 내기에는 여당의 부담이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범여권 공조가 그리 쉽게 되겠느냐"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한국당의 한 법사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당 만으로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민주당은 아직 공수처법에서 백혜련안(민주당)과 권은희안(바른미래당) 중 결정을 못했다. 두 법 모두 맹점이 있다는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을 포함한 다른 정당들은 공수처법만 먼저 올리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결국 (선거법과) 한 묶음으로 가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조국 수사 국면에서 검찰 개혁 이슈로의 전환을 위해 그런 주장을 하는 것 같은데 민주당 생각만큼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그는 "(자유한국당) 원내 지도부에서도 선거법, 공수처법 협의를 계속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전략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의 한 핵심 인사는 "물리적으로 막기는 여러 제약조건이 있어 어렵다"며 "민주당 입장에서 선거법이 그렇게 시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공수처만 먼저 한다고 하면 다른 야당 입장에선 '닭 쫓던 개'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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