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서울시가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청년지원정책을 대폭 확대한다. 청년 취업난 및 거주난 해소와 함께 기본소득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게 박원순 시장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특정세대를 겨냥한 '포퓰리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시장은 23일 서울 중구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청년출발지원 정책은 이들에게 같은 출발선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불평등과 불공정을 해소해 미래성장동력인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시장의 책무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인 43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2019.10.18 kilroy023@newspim.com |
내년부터 시행되는 청년출발지원정책의 골자는 청년수당 확대와 청년월세지원 신설이다.
청년수당의 경우 연간 6500명의 지원규모를 내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10만명으로 확대한다. 청년수당 지원 요건인 △서울거주 중위소득 150% 미만 △만 19~34세 △졸업 후 2년이 지난 미취업청년 등은 유지한다. 소요예산은 2년간 3300억원이다.
신설하는 청년월세지원은 만 19~39세 1인가구 중 중위소득 120% 이하를 대상에게 월 20만원씩 최대 10개월간 지원한다. 내년 5000명을 시작으로 2021년과 2022년 각각 2만명 등 3년간 총 4만5000명을 지원한다. 예산은 총 1000원이다.
박 시장은 "2016년 청년수당을 처음 도입했을때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서울시를 넘어 전국적으로 정착했다. 수당과 월세지원은 공정한 출발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말하는 청년수당의 '실효성'은 2017년과 2018년 청년수당 참여자에 대한 추적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7년(응답 2002건)과 2018년(3151건) 결과에서 청년수당을 받은 사람들의 취업률은 각각 47.2%와 47.1%%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청년수당 도움으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서울시 청년수당 추적조사 결과 자료. 비교집단 없이 수당 수혜자들의 단순 지표만 확인할 수 있다. [사진=서울시] |
하지만 업계 평가는 다르다. 무엇보다 비교대상이 없다는 지적이다.
청년수당을 받지 않은 그룹군과의 비교가 있어야지만 실제 효과를 검증할 수 있지만 해당 조사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없기 때문이다. 비교 기준이 없음에도 47% 취업률이면 충분하다는 논리다. 어느 수준의 기업에 취업했고 근무 조건은 어떤지에 대한 통계도 없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박 시장은 "비교대상은 없지만 참여자 만족도가 높다. 힘든 청년들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건 맞다"고 해명했다.
이번 청년지원정책이 사실상 기본소득(재산,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의 시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시가 정책 실효성에 상관없이 모든 청년에게 일정 수준의 일상의 소득을 책임지는 정책을 구성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박 시장은 이런 질문에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란 확대가 불가피한 부분이다.
서울시는 이번 정책에 필요한 예산 전액을 시 예산으로 확보한다. 박기열 서을시의회 부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서울시가 예산안을 제출하면 청년예산만큼은 1원도 삭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앙정부에 지하철 손실액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재정적으로 어려운 서울시가 다른 한편으로는 정책검증도 없이 특정 복지를 확대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기존소득은 중앙정부가 할 일이다. 지방정부가 한다면 서울처럼 시민 소득이 높은 곳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에서 검토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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