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발언의 진위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통일부는 우선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집중하는 한편 후속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등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자인 현대그룹도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23일 오전 배국환 현대아산 사장 주재로 긴급 임원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 내용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도 보고됐다.
지난해 금강산 관광 20주년 기념식 모습 [사진=뉴스핌 DB] |
현대그룹은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태스크포스(TF)'를 가동중이다. TF는 남북관계 현안이 있을때나 필요시 수시로 관련 회의를 하고 사업 재개를 대비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에 따른 '금강산 관광 사업 철수설'은 섣부른 관측이라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이 남측의 금강산 시설 철거를 언급하면서 `남측 관계 부문과의 합의`를 전제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도 현대그룹 입장에선 희망적인 부분이다.
이와 관련 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금 북한이 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얼마나 그동안 공을 많이 들여왔는가, 또 기다려 왔는가가 드러나는 대목인데 우리가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 제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설령 북한이 우리를 배제한 금강산 개발을 진행한다고 해서 갑자기 해외 관광객이 몰려올 상황도 아니다"라며 "국제 제재가 완화되지 않는 한 사태가 호전될 수 없는 국제정세의 구조를 이해하고 남북이 힘을 모아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강산관광은 30년 전인 1989년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남측 기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 '금강산관광 개발 의정서'를 북한 당국과 체결하면서 물꼬를 텄다.
이후 1998년 정주영 회장의 이른바 '소떼 방북'을 계기로 실현됐다. 그해 겨울 현대아산이 동해안 바닷길에 대형 유람선인 '현대 금강호'를 띄우며 대한민국 국민도 금강산을 오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2008년 7월 11일 북한 초병에 의한 관광객 피격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전면 중단됐다. 이후 천안함 폭침에 따른 5ㆍ24조치 등 남북관계 경색국면과 유엔의 대북제재가 이어지며 재개될 기미가 없는 상태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주영 회장부터 30여년간 고초를 겪으며 버텨온 이 사업은 한방에 끝나서는 안된다"며 "북과의 최소한의 신뢰가 있다고 자신한다. 여러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협상테이블이 마련될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경우든 희망을 잃지 않고 준비하고 있겠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1월 금강산 현지에서 관광 20주년을 기념하는 남북공동행사를 열기도 했다.
기념식에서 현정은 회장은 "일찍이 정주영 명예회장께서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르는 길도 아니고 없는 길도 아닌데, 이대로 멈춰 서 있을 수는 없습니다"라고 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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