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20주에 걸쳐 이어진 격렬한 시위에 홍역을 치르는 홍콩 주민들이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 적극적인 '입질'에 나섰다.
최근 5개월 사이 홍콩 주민들의 해외 주택 매입이 네 배 급증한 것. 상업용 오피스부터 아파트까지 홍콩 현지 부동산 시장의 한파가 크게 고조된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일, 홍콩의 시위대가 입법회 인근을 행진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23일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존 후 이민 컨설팅에 따르면 투자 이민의 관문으로 통하는 이른바 '골든 비자'와 연계된 홍콩 주민들의 해외 부동산 매입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의 투자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그리스와 포르투갈, 몰타, 말레이시아 등 주요국 곳곳으로 '사자'가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6월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기를 든 시위가 본격화된 이후 매달 관련 비자 신청 건수가 1000여건에 이른다고 존 후 이민 컨설팅은 밝혔다.
5개월 사이 시위가 날로 과격해지면서 홍콩 경제는 침체 위기에 직면했고, 부호들 사이에 자금을 해외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소매업부터 관광, 금융까지 사회적 혼란에 따른 수익성 타격이 주요 산업 전반에 번지면서 자산시장의 한파가 날로 고조,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홍콩 주민들의 해외 주택 매입이 최근 5개월 사이 4배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센탈라인 이민 컨설턴트의 데이비드 후 이사는 SCMP과 인터뷰에서 "해외 부동산 중개 비즈니스가 지난해에 비해 50% 가량 성장했다"며 "싱가포르의 투자 수요가 특히 높고, 일본과 태국, 말레이시아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전했다.
센털라인은 매달 100여건의 해외 주택 거래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30~50대에 집중됐고, 실제 거주 이외에 투자를 위한 부동산 매입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여름철 홍콩 주민들의 해외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는 계절적 특성을 감안할 때 최근 상황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사회적 동요 이외에 해외 부동산 시장의 상대적인 가격 매력도 거래를 부추기는 배경으로 꼽힌다.
일례로, 시장조사 업체 리카코프 부동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46평방미터 규모의 원 베드룸 아파트 가격은 최저 23만9120달러에 거래되는 데 반해 홍콩 킹스우드 빌라스에서 같은 조건의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73만3200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홍콩 주민들의 해외 부동산 매입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른바 송환법 개정을 막기 위한 시위가 반중 시위로 격화됐고, 사태가 단시일 안에 진화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부동산 시장 조사 업체 주웨이닷컴의 조지 크미엘 회장은 SCMP과 인터뷰에서 "해외 실거주와 함께 위기 상황에 옮겨갈 곳을 미리 준비해 두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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