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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버커우 하원의장, '불임정치 딱지'..퇴임시 귀족작위 물건너갔다

기사등록 : 2019-10-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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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정부 합의안은 질서를 어지럽히기 때문에 표결하지 않는다."

이달 31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실현하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계획이 번번이 하원에서 발목이 잡히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하원에서는 유럽연합(EU) 탈퇴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의 '의사진행 동의안'이 부결됐다.

24일까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 브렉시트를 단행하려는 보리스 존슨 총리 계획이 사실상 물거품된 순간이다.

존슨 총리가 이달 EU 탈퇴를 위해 무리한 일정을 추진하려 하자 하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하원의 '브레이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1일 승인투표 시도도 가로막았다. 중심에는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이있다.

이런 그가 불만인 보수당은 이달 말 퇴임시 귀족 작위를 주지 않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버커우, 존슨 합의안 승인투표 제동...견제구 여러번

집권 보수당 소속인 버커우 의장은 21일 존슨 총리가 EU와 도출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투표에 부치려하자 "다시 말하지만 질서를 어지럽히기 때문에 정부 합의안은 표결하지 않는다"며 불허했다. 동일 회기 중 같은 안건을 재상정하지 못하도록 한 하원 규정을 들면서다.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는 당초 지난 19일 예정됐으나 같은 날 'EU 탈퇴 법안 제정까지 합의안 승인을 미룬다'는 내용의 수정안이 가결되면서 표결없이 보류됐다.

버커우 의장은 당시뿐 아니라 이전에도 여러 번 존슨 총리의 저격수 역할을 했다. 존슨 총리가 지난 9월 초순부터 한 달동안 의회 정회 결정을 발표했을 당시 "의회 반대파 의견을 봉쇄하려는 시도"라면서 "헌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고, 지난달 4일 존슨 총리가 끊임없이 발언하려 하자 "규칙을 따르라"고 호통쳤다.

◆ 메이前 총리 때도 브렉시트 11일 앞두고 '퇴짜'

버커우 의장은 브렉시트 정국의 주요 고비마다 정부 발목을 잡았다. 그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세 번째 승인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3월 18일에도 하원 규정을 거론, 합의안에 변화가 없다면 표결할 수 없다고 퇴짜를 놨다. 당시 브렉시트 시한인 3월 29일까지 11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버커우 의장의 결정은 메이 전 총리를 당혹스럽게 했다.

영국 하원에서 발언하는 보리스 존슨 총리. 2019.10.22. [사진=로이터 뉴스핌]

영국의 앞길을 막는 그의 반복되는 퇴짜에 비판이 나온다. 민주주의 발상지인 영국에 '불임정치' 딱지가 붙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브렉시트 정국 속에서도 규정 준수를 일관되게 요구한 그의 행동에는 칭찬이 더 많다. 집권 보수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으면 정부에 과감하게 브레이크를 거는 그의 모습에 소신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버커우 의장은 의회가 소란스러울 때마다 "정숙(order), 정숙!"을 외친다. 버커우 의장의 이름은 유명하지 않아도 그의 별명, '미스터 오더'(Mr. order)는 잘 알려져 있다.

◆ 트럼프에도 '英의회 연설 불가' 쓴소리

그의 이같은 행동에 의회 권위를 살리고 상대 직위와 상관없이 쓴소리를 하는 인물이라는 찬사가 나온다. 버커우 의장은 2017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더라도 의회에서 연설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한 반대, 법과 독립적인 사법부 앞에서의 평등을 향한 지지가 하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느낀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버커우 의장은 이달 31일 하원의장직과 하원의원직 모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버커우 의장은 당초 9년간의 의장직 수행 후 작년 여름에 사퇴할 예정이었지만 브렉시트 일정을 마무리 짓고 싶다며 계속 자리를 지켰다.

1997년에 하원의원이 된 버커우 의장은 2009년에 하원의장직에 취임했다. 하지만 친정인 보수당에서는 버커우 의장에게 불만을 품고 퇴임하는 하원 의장에게 귀족 작위를 주는 관례를 없애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의 길을 막는 그의 행동이 '불공정'하다는 이유에서다.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시에 위치한 뉴욕대학교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9.09.16. [사진= 로이터 뉴스핌]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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