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표창원 의원까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당이 조국 국면 이후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의원은 모두 지난 20대 총선 승리 지렛대였던 '인재영입'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매체 출연을 통해 '합리적인 인사'로 알려진 점도 판박이다. 동시에 지난 '조국 국면'에서 야당 비판에 수비수를 자처해온 여당 법제사법위원이기도 했다.
둘의 앞길도 어둡지 않았다. 표창원 의원은 현역의원으로 경기 용인시 정 지역위원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역구 다지기도 활발했다는 평가다. 이철희 의원은 당내 전략통으로 활동하며 출마 권유를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두 초선 의원이 내린 결론은 불출마였다. 둘은 모두 조국 국면에서의 '정치 피로감'을 호소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mironj19@newspim.com |
표창원 의원은 24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굳이 조국 국면에서 불출마 생각이 생겨난 건 아니다"라며 "이번 뿐만 아니라 지난 '혜경궁 김씨' 논란에서도 내 언행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경험을 보면서 최선을 다했을 때 한계를 느낀다면 물러나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고 봤다"고 답했다.
표 의원은 그러면서 "공정과 정의를 주장하고 상대 불의에 대해 공격을 해왔는데 우리에게 야기된 공정성 시비가 내로남불이란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괴로웠다"며 "우리가 야당때처럼 한국당도 가장 극단적인 언행을 동원해 공격을 했는데 우리가 수용할 부분도 있겠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모욕적인 부분을 듣는 순간은 지옥처럼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표 의원은 이어 "20대 총선 인재영입 1호는 이제 21대 총선 인재영입 1호에게 자리를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희 의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의원은 14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다"며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kilroy023@newspim.com |
두 의원 불출마에 대해 여당 지도부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초선 의원이지만 적잖은 인지도를 갖춘 유능한 의원이란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소신대로 또 능력껏 정치를 해온 인물들이 하나 둘 불출마를 선언한다는 것이 아쉽다"며 "아직 할 일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철희 의원 불출마에 대해 "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해서 지도부가 말려봤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라면서 "지도부 설득도 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예전 같지 않은 민심을 우려한 나머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표 의원 지역구인 용인시 정은 40대와 50대 학부모층이 많은 아파트촌이다. 이번 조국 국면에 불을 붙인 것이 조 전 장관 딸의 입시 부정 의혹인 만큼 학부모 민심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표 의원이 당지도부나 야당 눈치를 보면서 정치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본인 소신대로 정치를 해왔던 만큼 소신대로 그만두겠다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에서는 당 중진 의원들을 향한 '물갈이'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불출마를 선언해야 할 사람들이 하지 않고 남아있어야 할 사람들이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두 의원 불출마는 다선 중진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withu@newspim.com